애물단지 시티폰 ‘社內 무선전화’로 재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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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폰. 지난 97년 3월 서비스 되기 시작한 이래 3년여 동안 업체에 2천3백억원의 적자만 안기다 올해 초 퇴출된 발신전용 휴대전화다. 우리 나라 통신정책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히는 애물단지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통신은 이 사업에서 1천9백85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시티폰이 재활용된다. 통신장비 개발 전문 벤처기업인 시그널테크놀러지(대표 박호영 www.signal-tec.com)는 최근 시티폰을 활용한 구내전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모델명 ‘WPBX-1000’인 이 시스템은 기존의 구내 유선전화를 무선전화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 지금까지는 회사에 걸어 자동안내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구내번호를 누르거나 교환원에게 원하는 구내번호를 말한 후 연결된 유선전화를 통해 통화를 해왔다.

이번에 시그널테크놀러지가 개발한 시스템은 이러한 전화를 모두 무선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즉 단말기만 가지고 있으면 사내 어디에 있든지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단말기로 어디로든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자체 네트워크를 사용하므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데 별도의 요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이 시스템은 주장치, 기지국, 단말기 3개의 장비로 구성된다. 외부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일단 주장치를 거쳐 기지국으로 연결되며 이 기지국에서 전파를 발송, 단말기를 통해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대표 전화번호가 123-4567이라고 하자.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구내 전화번호가 89번인 김대리와 통화를 하고자 한다. 그러면 일단 대표번호로 전화를 건 후 안내에 따라 89번을 누르면 김대리가 언제 어디에 있든지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김대리도 유선 구내전화를 사용하듯 사내와 사외 어디든지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의 주장치에는 16개의 외부 국선이 연결될 수 있으며 하나의 외부 국선에는 각각 64개의 내선을 연결해 쓸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최대 1천24회선까지 동시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박호영 시그널테크놀러지 사장은 “1천24회선이 동시에 통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최대 1만 휴대단말기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가격은 출고가 기준으로 주장치 1천만원, 기지국 개당 3백만원 정도다. 단말기는 이미 생산됐으나 서비스 중지 이후 방치되고 있는 시티폰 전용 단말기를 수거, 착신기능을 추가해 사용하는 방안이 가장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포항제철 포항공장에서 지난 여름부터 이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으며 또 한국전력 고리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시범 이용하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도 이 시스템의 사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박사장은 “한국통신이 시티폰 주파수 대역을 반납한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가격을 좀더 내려 국내뿐 아니라 외국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99년 6월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 위주로 설립된 시그널테크놀러지는 휴대폰 전파를 차단, 특정지역에서는 통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휴대폰 전파차단기’를 개발해 미국에 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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