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혐오 사이트' 급증 추세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에 혐오 사이트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사이먼 위젠털 센터가 21일 밝혔다.

유명한 나치 전범 추적자 사이먼 위젠털의 이름을 딴 이 센터의 유대교 라비인 에이브러햄 쿠퍼는 지난해 첨단 혐오문화의 전략, 언어 및 상징 등을 담고 있는 사이트는 대략 1천4백여개였으나 금년 들어서는 그 2배인 3천여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가 이날 `디지털 혐오 2001''이라는 제목의 CD 롬 발행과 함께 연례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혐오 언어의 제한 폭이 넓다는 주된 이유 때문에 미국에 기반을 둔 혐오 사이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퍼는 "미국이 전세계 역외(域外) 혐오 사이트의 수도(首都)가 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백인 우월단체 KKK단을 예로 들어 "심지어는 미국의 구시대 혐오단체들도 (인터넷 시대에 맞추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퍼가 밝혀낸 혐오 사이트 가운데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위장하고는 실지로는 암살된 킹 목사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사이트도 있었다.

그는 대략 3만개 정도의 사이트는 어떤 단체를 ''공공연히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면서,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자신의 인권단체 웹사이트에 혐오 사이트 명단을 게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혐오와 인종차별을 결합함으로써 ''무의식적인 혐오''를 만들어내는 웹 사이트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세계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독일 정부의 항의를 받고 독일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을 독일 내의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중단했다.

또 프랑스 법원은 20일 인터넷 포탈 사이트인 야후가 나치 상징물 경매에 프랑스인들을 참여시킬 수 없도록 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쿠퍼는 대부분의 인터넷 호스트들은 자신의 사이트에 혐오스럽거나 불쾌한 것들을 제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인터넷 호스트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것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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