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병현 결산 - 다시 승천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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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첫 시즌이었던 올해, 김병현(22, 애리조나)의 출발은 당당했다.

중간계투로 7경기에 출장, 방어율 2.45의 안정된 4월을 보냈던 김은 주전마무리인 매트 맨타이가 부상으로 빠진 5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0.66의 철벽과 같은 방어율에 2승 5세이브를 올렸다.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나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등의 내노라하는 강타자들조차 김의 공을 쉽게 건들 수 없었으며, 그들은 입을 모아 구질의 위력과 대담성을 칭찬했다.

마무리투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탈삼진에서도 김은 9이닝당 16개 이상의 탈삼진율을 기록, 빌리 와그너(휴스턴)가 지난해 수립했던 14.9개의 메이저리그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여겨졌다.

6월 맨타이가 복귀했다. 하지만 '굴러온 돌' 김병현의 뿌리는 맨타이마저 쉽게 빼낼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깊게 박혀 있었고, 오히려 맨타이는 셋업맨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여름은 너무 뜨거웠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중순부터 김의 구위는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일 난타당함은 물론 심지어는 스트라이크조차 마음대로 던질 수 없었다. 체력 탓이었다.

손목 염좌까지 곂쳐, 3개월 가까이 1점대를 유지했던 방어율은 3점대로 치솟았으며, 7월 31일(한국시간)에는 마이너리그 강등의 쓴 맛까지 보게 된다.

8월 12일의 복귀전, 삼진쇼가 다시 시작됐다. 8월 한 달동안 방어율 2.84의 준수한 성적. 그러나 다시 시작된 삼진쇼는 그리 길지 못했다.

9월 18일 애틀란타전에서는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는 동안 5점을 허용했으며, 21일 다저스전에서는 에릭 캐로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팀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27일에는 그토록 원하던 선발등판의 기회를 잡았지만, 2.1이닝동안 4실점하며 오히려 체면만 구기고 내려왔을 뿐이다.

김병현은 10월 2일 샌프란시스코전을 마지막으로 길고 길었던 첫 풀타임 시즌을 마쳤다. 시즌 성적은 6승 6패 14세이브, 방어율 4.46.

체력을 길러라

메이저리그에서 최소한 셋업맨 이상의 보직을 노린다면, 연간 80이닝은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불펜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감독들은 100이닝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김병현의 한계점은 50이닝이었다.

이것은 그동안 그가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한번도 풀타임 시즌을 갖지 못했던 경험부족의 탓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얼굴도장을 찍기 위한 시범경기에서의 전력투구도 오버페이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올해 김병현은 한시즌 내내 체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앞으로 메이저리거로서 김병현의 야구인생은 체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구수를 줄여라

올시즌 14.15개의 탈삼진율을 기록한 김병현의 삼진쇼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이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18.8개의 공을 던지는 삼진쇼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마무리인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나 롭 넨(샌프란시스코)의 투구수는 각각 15.5개와 15.0개에 불과하다. 항상 투구수가 많다고 지적되고 있는 박찬호(27, LA 다저스)의 경우도 16.35개였다.

다시 승천을 노린다

우리는 지금 무엇인가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79년생인 그는 고작 22세이다. 지금까지 마이너리그에서 53.1이닝, 메이저리그에서 98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벌써 7승 15세이브를 올렸고 탈삼진율은 리그 최상급이다.

지나친 기대는 김병현의 발전에 해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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