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형’으로 진화한 경찰·업소 유착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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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찰과 유흥업소의 고질적인 유착 비리가 또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룸살롱 황제’로 불린다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운영자가 검찰에서 “이모 경사가 서울시내 유흥업소들로부터 50억원을 상납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찰관의 정기 상납 의혹도 제기됐다. 단속 경찰관들의 부패가 규모와 수법 면에서 용돈 정도 챙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형(型)’ ‘축재형’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사가 ‘수금(收金)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유흥업소 수십 곳으로부터 매달 200만~1000만원씩 받아왔다는 진술이 사실인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일이다. 다만 이 경사 집 압수수색에서 외제차 두 대와 통장 10여 개가 나왔고 업소 돈으로 해외 골프 투어를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경찰관들이 룸살롱에서 뇌물을 받아 룸살롱 등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경찰은 유착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강남 지역 경찰관들을 물갈이하는가 하면 ‘제2의 도약 다짐대회’ 같은 행사를 열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단속 경찰의 부패가 충격 요법으로 해결할 단계를 지났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검찰은 이번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경찰관 30여 명 전원을 수사해 유착의 고리를 밝혀내야 한다. 이번 수사는 “검·경 수사권 갈등 차원”이라는 등의 시비를 걸 문제가 아니다. 2010년 자체 수사와 감찰이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경찰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길 바란다.

 유흥업소 단속 전반에 대한 제도적인 수술도 시급하다. 단속 과정에서의 ‘부당거래’는 단속 인력이 여성청소년계 등 특정된 소수라는 데서 비롯된다. 경찰과 구청·세무서 등 유관기관이 합동단속을 벌임으로써 견제와 감시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간헐적 암행감찰이 아닌 상시 감찰과 경찰서 간 교차 단속으로 내부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단속 계획 수립과 실시 과정에 주민 대표와 학부모 대표 등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투명한 단속’을 위한 노력 없이는 비리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