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 발대식서 "썩은 국회에 수류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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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남 순천 월전면 한 중학교 강당에 농민 300여 명이 모였다. ‘2012 황전면 농민회 영농발대식’ 행사장이었다. 하지만 행사 분위기는 통상적인 영농발대식과 달랐다. 강당 앞엔 ‘총선 대선 승리로 진보적 정권 교체하자’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진보단체 간부는 “충청도에서는 ○○○의원을 장군님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장군감 같은 국회의원을 만들자” “(○의원은) 한·미 FTA를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 최루탄을 던졌다. 썩어빠진 국회를 싹 바꿔 내도록 수류탄을 던져서…”와 같은 B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현장은 선거부정감시단의 캠코더에 그대로 녹화됐다.

 전남 선관위 특기팀과 본지 탐사팀은 지난달 21일 순천으로 향했다. 19일 농민회 행사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행사를 준비한 농민회 측과 진보단체가 B후보와 연결고리가 있는지 밝혀내는 게 관건이었다. 꼬박 5일간 농민회 관계자와 행사 참석을 독려했던 이장, 마을 주민 22명을 방문·소환 조사했다. 농민회 간부들은 “매년 해 오는 행사다. B후보도 참석했지만 FTA 발언만 했다”고 주장했다. 백종섭 특기팀장은 “이장과 주민들이 한결같이 ‘참석은 했지만 밥은 안 먹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과태료를 걱정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특기팀이 고심 끝에 ‘행사 측과 B후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행사가 영농발대식이라 참석 농민의 식사도 과태료 대상이 되지 못했다. 선관위는 B후보 지지 발언을 한 진보단체 간부 두 명만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전남 무안군 한 식당에서는 선거감시단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축구회 회원 20여 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 C후보가 참석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감시단이 캠코더로 증거를 채집하자 일부 회원이 반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은 감시단 4명을 둘러싸고 “야, 이 XX들 뭔데 사진을 찍어, 선관위 개XX.” “너희들 연락처 다 내놔. 이 XX놈들아” 등 폭언을 퍼붓고 뺨을 때렸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폭행 가담자 3명을 선거사무 관계자에 대한 폭행·교란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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