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 장애인 CEO 오대규 노리넷 사장

중앙일보

입력

`무선제국''(無線帝國).

㈜노리넷(http://www.norri.net)의 오대규(29)사장이 기자에게 건네준 명함에는 이런 글귀가 박혀 있었다.

"앞으로는 무선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유선보다 훨씬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선제국''이라는 의미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이 짤막한 대답을 다른 사람들보다 힘들고 오래 답하는 오사장은 선천성 3급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다행히도 신체를 움직이고 말을 하는 데만 불편이 있을 뿐 정상인처럼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남아있다"며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사장의 경력은 `정상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지난 94년 서강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 98년 경영학과 수석으로 졸업했고 재학중에는 국내 한 증권사가 주최하는 가상 주식거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현재 PC통신에 주식투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졸업한 뒤 외국인 보험회사에 취직한 오사장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외국인 회사임에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한계를 느껴서 회사를 그만 두었다"며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차라리 벤처를 직접 경영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노리넷을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오사장은 "사업상 다른 회사 관계자를 만나면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체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불편"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노리넷은 전직원 9명에 지난 7월 법인등록을 한 그야말로 `풋나기'' 벤처.

하지만 지난 1년간 PC방에서 개발진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고생한 보람으로 설립 석달만인 이달 초부터 국내 3개 PCS사업자에 노리넷의 무선 인터넷 게임을 공급하고 있다.

노리넷의 무선인터넷 게임은 경품을 찾아 광고를 보며 게임을 즐기는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라는 복합적인 형태의 게임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광고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오사장은 "지금은 무선인터넷 게임만을 공급하지만 IMT-2000 서비스를 겨냥해 무선 포털사이트 구축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누구도 해보지 못한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어렸을 적 꿈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한 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현실과 너무 달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나 자신도 서강대 수석합격을 했을 때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이 너무 두려워 인터뷰도 한 번 안했을 만큼 소극적이었다"며 "장애인일수록 세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