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 성장 막는 중간고사 스트레스 해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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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이 “중간고사 기간 수면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키 성장을 위해선 낮잠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선영(42) 씨는 아이의 중간고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수면부족과 학업스트레스가 아이들의 키 성장에 치명적이란 걸 언론을 통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아이가 예민한 중간고사 기간, 아이에게 무작정 공부만 시키자니 키 성장을 방해할 것 같고 그렇다고 무작정 잠을 재우자니 다른 아이보다 학습량이 적어질까 걱정이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무작정 밤 10시 이전에 재우는 것 보단 쌓인 스트레스를 즉각 풀어주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업스트레스가 아이 키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키는 전적으로 잘 때 큰다. 때문에 숙면은 키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숙면과 키 성장을 위해서는 멜라토닌이 많이 필요하지만 스트레스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멜라토닌의 수치가 떨어지면 성장을 방해하는 성호르몬의 수치는 높아진다. 키 성장이 더딘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숙면을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는 없다.

 “애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럴 땐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즉각 해소하는 방법을 권한다. 운동이 제격인데, 평소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니 최소한 학교 체육시간만이라도 적극 활용하라 말하고 싶다. 간혹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체육시간에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이는 미련한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학습능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하체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한편 성장판도 자극시키기 때문에 키 크는 데는 일석이조다.”

-음식으로 도움을 주려면.

 “식품으로서는 바나나와 토마토, 그리고 토란을 권한다. 이러한 식품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증가시켜주는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에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좋은 것이 아니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한의학적 처방으로는 산조인을 권한다. 숙면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특히 스트레스에 의해서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아이들일수록 이 처방이 효과적이다.”

-시험만 앞두면 꼭 탈이 나는 아이가 있다. 이런 예민한 아이들이 키 성장에도 영향을 받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한방에서는 ‘과사(過思)’라고 해 생각이 많을수록 위장 기능을 해친다고 한다. 공부하는 것 역시 사고를 많이 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평상시에도 생각이 많은 아이라면 중간고사나 큰 시험을 앞두고 더욱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이 경우 소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장에 탈이 나게 된다. 설사를 하면서 몸 속 영양소가 다빠져 나가는 것이다. 영양 흡수가 되지 않으니 키가 클 리 만무하다. 때문에 예민한 아이를 둔 부모일수록 아이들 키 성장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한다.”

-아이가 잠 못 자고 공부하는 모습에 안쓰러워 하면서도, 또 일찍 잠자리에 들면 속상한 것이 부모 마음이다. 시험기간에는 어느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할까.

 “시험기간에 충분히 자라고 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다만 낮잠만은 주의하자. 보통 새벽까지 공부하느라 3~4시간 밖에 못잔 아이들은, 낮이 되면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해 낮잠을 자곤 한다. 이렇게 잠을 쪼개 자는 것은 키 성장에 좋지 않다. 성장호르몬은 숙면 중에 분비되는데, 이렇게 잠을 나눠 자면 숙면에 드는 시간이 짧아진다. 키 성장에 필요하다는 8시간의 수면시간은 한번에 몰아서 자는 양을 뜻한다. 때문에 낮잠과 밤잠으로 3시간, 4시간 나눠서 잔 7시간보다 밤잠으로 6시간 자는 경우가 성장엔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빠른 시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가장 좋은 방법은 저녁에 양말을 신고 자는 것이다. 하지만 양말을 신고는 답답해서 잠을 못 자는 아이들도 있다. 이 경우 아이가 인기척에도 잠을 깨지 않을 시간, 잠들고 약한 시간 후에 부모가 양말을 신겨주면 된다. 잘 때 발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면 몸의 온도가 높아져 잠을 빨리, 쉽게 잘 수 있기 때문이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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