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단행동만으론 ‘삼겹살 파동’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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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일 정부와 양돈협회 간의 마라톤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려했던 ‘삼겹살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관세 없이 수입하는 삼겹살의 물량을 당초 7만t에서 2만t으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돈농가들은 2일부터 벌이기로 했던 돼지고기 무기한 출하중지 방침을 철회했다. 삼겹살을 즐겨 찾는 국민들로선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선거를 앞두고 양돈농가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집단행동이 통한다는 잘못된 전례를 다시금 확인했을 뿐 앞으로 돼지고기 파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삼겹살 파동은 봄 나들이 철을 맞아 정부가 지난달 20일 삼겹살에 적용하는 할당관세 기간을 3개월 연장하면서 무관세 수입물량을 7만t 늘리기로 하면서부터다. 가격 하락을 우려한 양돈농가들은 당장 삼겹살 무관세 수입방침을 철회하라며 농성에 돌입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일부터 돼지고기를 아예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양돈농가들의 반발에 밀린 농림수산식품부는 양돈협회와 협상에 나섰고 결국 수입물량을 줄이기로 합의해 줬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입장은 그 어디에도 반영될 여지가 없었다. 집단행동을 앞세운 양돈농가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렸을 뿐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집단행동과 어설픈 미봉책으론 ‘돼지 파동’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농가 스스로가 시장수요에 맞춘 공급조절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육두수와 가격 급등락이라는 악순환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구제역 파동 이후 쇠고기 값을 능가하는 돼지고기 값을 묵묵히 참아줬다. 그런데 막상 돼지고기 값이 떨어지자 양돈농가들은 곧바로 집단행동을 통해 값을 유지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이런 식의 불합리한 관행을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참아줄지 의문이다. 돼지고기뿐만이 아니다. 수급조절에 실패해 해마다 거듭되는 송아지 파동과 배추 파동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