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조광래감독·최용수 '뜨거운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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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래.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해라. "

10년 만에 안양 LG를 프로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조광래(45)감독과 '독수리' 최용수(27)가 뜨겁게 손을 맞잡았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약속받은 최는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남기고 마음 가볍게 떠날 수 있게 됐다. 현재로는 일본 J리그 중 한 팀이 유력하다.

최는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진출 좌절과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으나 올해 '한 단계 성장했다' 는 평을 들으며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게 된 데는 조감독의 가르침이 절대적이었다며 고마워한다.

조감독도 부산 대우(감독)와 수원 삼성(코치)시절 좌절을 딛고 올해 자신의 축구를 꽃피울 수 있게 분위기를 잡아 준 최가 고마울 따름이다.

팀 리더인 최가 꼬장꼬장한 시어머니같은 조감독의 잔소리를 받아주면서 '올해 한번 해보자' 며 앞장섰던 것이다.

"용수가 심리적 부담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신경을 썼지. 스트라이커는 득점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와 패싱 능력을 갖추고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해. 다행히 용수가 어시스트의 매력에 눈을 떠 팀 전력이 크게 향상됐어. "

"감독님은 제가 그동안 겪은 지도자들과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어요. 선수들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이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고 집념도 남다르신 것 같아요.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를 돌파해 나가는 요령과 개인기를 익히게 된 게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 얘기가 나오자 조감독은 특유의 '기술 축구론' 을 또 강조한다.

"프랑스의 에메 자케 감독을 수십억원 주고 데려온다고 해도 2002년 월드컵 16강은 낙관할 수 없어. 차라리 그 돈으로 브라질에서 코치 10명을 데려다가 연령별 유소년 지도자로 활용하는 게 훨씬 낫지. 기술없는 조직력이나 체력은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어. " 최도 고개를 끄덕인다.

"제 플레이가 뻣뻣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웃음)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기술 훈련을 받았다면 이렇지는 않았겠죠. "

조감독은 최에게 다시 한번 개인기 연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곧 품을 떠날 연세대 17년 후배를 바라보는 조감독의 눈빛은 그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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