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경제 높은 성장률 기록

중앙일보

입력

동유럽 국가들은 올해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이래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16일 보도했다.

이는 서유럽 국가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최근 보고서에서 동유럽의 경제가 올해 4.8%, 내년에는 4%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국가는 98년의 마이너스 1.1%, 지난해는 2.5%성장을 각각 기록했다.

동유럽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러시아는 올해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루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수출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러시아경제 호황덕에 독립국가연합은 전체적으로는 올해 5.9% 성장이 예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러시아 경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외환보유고가 매월 20억달러씩 증가하고 있어 98년 외채지불유예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또 세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재정지출은 줄어들고 있어 재정수지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중동부 유럽도 평균 4.1%의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럽연합(EU)가입을 신청해 놓고 있는 폴란드.헝가리 등은 5~6%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성장세를 고려해볼때 옛 소련에 속하지 않았던 국가들의 경제력은 대체로 89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옛 소련 국가들의 경제력은 아직도 지난 89년의 68%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자본주의 제도 개혁은 미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는 개혁을 통해 빨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설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EBRD의 수석 연구원인 윌렘 뷰터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려면 제도 개혁이 필수적" 이라며 "경기가 호전된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 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용이 불안한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옛 소련 국가들의 경우 대기업의 과잉 고용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BRD는 정부 보조금을 줄이고 그 돈으로 사회복지 제도를 현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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