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주는 명문대 대신 내 능력 키울 곳 선택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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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대학 선택 기준이 ‘간판’이 아닌 ‘실리형’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명문대 배지’를 선호하는 분위기지만 ‘간판’을 최우선으로 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가 지속되면서 취업을 전제로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지역의 우수 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내기 위해 파격적인 장학혜택을 비롯해 전용학습공간과 수월성 교육 등 시설과 교육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고하림씨는 명문대 대신 지역대학을 선택했다. 호서대의 교육 시스템은 그에게 학구열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씨는 어엿한 대학 새내기로 꿈을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호서대학교 벤처프런티어 전형에 합격한 새내기 고하림씨는 대학생활이 즐겁다.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그는 ‘간판 보다 실리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말한다. 4년 동안 교육비를 전액 지원받고 해외연수와 같은 글로벌 체험 등 파격적인 지원 외에도 전용학습공간에서 공부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해 진행하는 맞춤형 수월성 교육은 국제외교와 통일전문가를 꿈꾸는 그에게 더 없이 좋은 교육환경이다. 대학생활의 매력에 빠져 있는 고씨를 캠퍼스에서 만났다.

-요즘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랩실이에요. 벽을 따라 개별 책상이 놓여있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어요. 랩실에서는 각자 바쁘게 사는 선배들과 자주 만날 수 있고요. 선배들은 알짜배기 정보를 많이 알려주곤 합니다. 매주 목요일은 벤처프런티어 학생들이 모두 모여 랩미팅(Lab-Meeting) 시간을 갖습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토의를 합니다. Lab-Meeting 분위기는 무척 자유롭고 따듯해서 가족회의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은 주간연구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모두 영어로 써야 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영어를 실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숨은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열심히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렵지만 무척 즐겁습니다. 보고서를 정리하다 보니 과목별로 복습도 하고 학습태도를 고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어떻게 알고 지원하게 됐나요.

 “수능을 100일 정도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어요. 당시만해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담임선생님께서는 ‘이건 기회다.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던 바람이 이루어질 너를 위한 기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교수님을 만나 뵙고 결정을 내릴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교수님과 만나서도 시종일관 당당하다 못해 건방진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되요. 하지만 벤처프런티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짜릿한 설렘을 느꼈습니다. 정말 내게 굴러들어온 큰 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확신으로 커지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누가 가장 큰 도움을 줬나요.

 “제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의 질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벤처프런티어전형 1박2일 면접이 있었습니다. 심층면접 당시 그동안 살면서 가장 큰 희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형편상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게 저의 희생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스로 대답이 석연치 않았다고 느낀 저는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 누구나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봉사활동이지만 막상 일을 하고 나면 기쁨과 행복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큰 희생은 아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은 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감을 드릴 수 없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게 희생이라고 느껴도, 다양한 시스템과 수업과정을 보면 반드시 행복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명문대에도 합격했는데 고민되지 않았나요.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학점을 얼마나 좋게 딸 수 있을지 걱정됐고 졸업해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취업을 위해 어떤 목표를 갖고 준비해야 될지 막막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힘겹게 하는 것 보다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교육 시스템이 너무 좋았고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취직을 위해서는 명문대가 유리하지 않나요.

 “체감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적당한 학점, 남들만큼의 스펙, 그저 그런 공부로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명문대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벤처프런티어 교육시스템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월성 교육은 취업이 필요한 학생에겐 그에 알맞은 실용적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좀 더 깊은 공부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그 분야에 대해 풍부한 학습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나 경쟁력을 만든다는 것이 괜찮지 않나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대학에 오기 전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듣자면 대학 수업은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벤처프런티어 수업을 듣자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낮에는 자신이 하고 싶던 전공을 배우고, 밤에는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과목을 배웁니다. 교수님들도 열정적이시고 수업도 재미있어서 눈을 뗄 시간이 없습니다. 하나의 광고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2만원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불려나가는 수업이 정말 참신하고 흥분됩니다. 아직은 많이 어렵지만 통계를 배우는 것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벤처프런티어가 아니었다면 저는 평소 어렵게 느끼던 통계를 선택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과목만 선택적으로 배웠을 거에요. 이번 학기에 통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습니다. 또 가장 기대가 되는 건 여름방학 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입니다. 외국인을 대하는 것에 즐거움과 호기심을 느끼지만, 어딘가 엉성하고 부족한 저의 영어실력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그런 ‘울렁증’을 극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떤 꿈과 목표가 있나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저는 어떤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동안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앞으로 저의 목표는 인류의 삶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저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단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그동안 소홀했던 영어공부에 매진 할 것입니다. 또 해외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부의 양극화를 몸소 체험해볼 것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회는 미국이나 영국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에 대해 박사과정까지 공부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유니세프에서 북한 어린이 인권신장을 위한 프로젝트와 아프리카 여성할례 근절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이후에는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 꼭 필요한 통일전문가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경험과 저만의 전문성을 살려 후학양성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고하림씨가 귀띔하는 나만의 공부법
노트 정성 쏟고, 칠판에 쓰며 나한테 강의

중학교 때부터 노트정리를 습관화 해왔어요. 혹자는 자신만 볼 노트이기 때문에 예쁘게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제가 존경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노트라고 생각하고 정성 들여 최선을 다해 썼습니다. 물론 다양한 색깔, 스티커로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반듯한 글씨와 깔끔한 필기를 하면 제가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남아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고, 봐도 봐도 지겹지가 않고 지저분해 보이지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저는 암기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방 한 켠에 화이트보드를 준비하고 암기과목에 대한 강의를 저 자신에게 했습니다. 단순하게 읽는 것이 아닌 수업시간처럼 강조도 하고, 선생님의 유머를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낭비 같았지만 점차 빽빽하게 종이를 채워 외운 것이 아닌데도 내용이 이해가 되고, 유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내용이 연상 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성적 맞춰 전공 선택하는 건 비효율

기적은 꿈꾸는 자의 것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는 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지 고민이 됩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처럼 시간을 알차게 써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시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는 아주 위험합니다. 여러 개의 과를 지원하게 되면 면접 준비가 그만큼 복잡해지고, 면접 대비에 시간을 쏟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느끼는 수능공부에 소홀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희망과 상관없이 전공을 선택해 대학생활을 하게 되면 진짜 그 전공을 간절히 원해서 들어온 학생들과는 전공에 대한 이해와 열정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요. 고3은 누구나 힘들지만, 모두 다 알차게 보내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똑같이 힘들다면 불평불만하기보다는 조금 알차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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