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비디오〉양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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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어 일주일쯤 후에 가보면 다른 영화 간판이 걸려 있어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릴 때가 많은데 동네 비디오 숍의 AV코너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달은 고사하고 일주일 단위로 구석에 몰려있는 비좁은 AV코너의 신작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소문을 듣고 고르러 갔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게다가 동네 비디오 숍이 작은 곳이라면 신작을 제 때에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아직도 반품하지 못한 때 지난 영화들이 텃세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엔 제작사 이름이나 유명 여배우들의 이름을 알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규모가 큰 비디오 숍이라면 제작사 별로 묶어 진열해 놓은 경우가 많다.

특히 새로운 영상을 창조한다고 하는 '클릭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경우에는 신작들이 빠지지 않고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며칠 전 새로운 비디오를 찾아 비디오 숍에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클릭 코너에 새로운 쟈켓의 비디오가 꽂혀 있었다.

세련된 쟈켓 사진 탓인지 그냥 보아도 눈길이 떠나지 않아 뽑아봤는데 영화의 감독이 이수라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감각적인 영상과 파격적인 스토리로 작년 이맘때쯤 AV의 새로운 물결을 예고했던 제작사에서 영입한 새로운 감독이라면 과연 어떤 작품을 내놓았을지 궁금해서 그 비디오를 고르고야 말았다.

클릭의 전속 배우 '은빛'이 섹시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은〈양다리〉.

〈양다리〉에선 우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앵글과 화려한 세트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여느 다른 영화에서 베드씬을 찍기 위해 숱하게 빌렸던 강원도의 콘도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우아한 장소가 헌팅되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거기에 품질(?)을 보장하는 클릭의 여배우들이 은밀한 곳을 마다 않고 화면 앵글에 충실하게 연기한다. AV에서 선뜻 택하지 못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의 스토리에 맞춰 세트와 배우들을 꼼꼼히 선별한 감독의 고집이 엿보인다.

영화는 그다지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다. 아니 차라리 재미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고 중반에 접어들어야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이후에도 내용상의 반전이나 인물의 감정의 변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 반전이나 감정에 동화되지 않는 인물의 변화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런 점을 미리 계산하고 영화를 만든 듯 싶다. 그럼으로써 일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를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고 클라이막스도 없는 밋밋한 영화는 아니다.

대다수의 AV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을 끌어들였다고나 할까? 한집에 사는 두 부부와 그 윗집에 사는 레즈비언인 술집 마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두 부부는 서로의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스와핑을 자연스럽게 해나가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수의 부인 혜란은 남편의 가학적인 성적 행위를 당하면서 그 위로를 같이 사는 남편의 동생뻘인 친구 진으로부터 풀고, 가학적인 행위에 몸달아 있는 진의 부인은 수와 욕망을 풀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윗집에 사는 술집 마담이 자신의 파트너 추향을 데리고 오고, 추향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보단 두 남자와 섹스할 수 있는 혜란을 시기한다.

이제는 서로 사랑하는 혜란과 진, 변태적인 섹스에 빠져있는 수와 진의 아내,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충실한 술집 마담과 추향, 이들은 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인다.

결국 사회의 전통적인 관계에서 벗어난 이들은 수가 섹스 도중 진의 아내를 죽이게 됨으로써 속수무책으로 망가지고 혜란을 시기하던 추향이 진을 유혹함으로써 마담과 추향의 관계도 파멸로 이어진다.

이제는 서로 혼자가 되어버린〈양다리〉의 주인공들. 씁쓸한 결말을 지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안 감독의 영화〈아이스 스톰〉에서도 이와 비슷한 스와핑을 이루는 관계가 나오기도 하는데, 코믹스런 상황이 아닌 AV에서 진지하게 이러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쓸쓸한 가을〈양다리〉로 새롭게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최근 극장가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어 일주일쯤 후에 가보면 다른 영화 간판이 걸려 있어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릴 때가 많은데 동네 비디오 숍의 AV코너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달은 고사하고 일주일 단위로 구석에 몰려있는 비좁은 AV코너의 신작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소문을 듣고 고르러 갔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게다가 동네 비디오 숍이 작은 곳이라면 신작을 제 때에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아직도 반품하지 못한 때 지난 영화들이 텃세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엔 제작사 이름이나 유명 여배우들의 이름을 알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규모가 큰 비디오 숍이라면 제작사 별로 묶어 진열해 놓은 경우가 많다.

특히 새로운 영상을 창조한다고 하는 '클릭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경우에는 신작들이 빠지지 않고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며칠 전 새로운 비디오를 찾아 비디오 숍에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클릭 코너에 새로운 쟈켓의 비디오가 꽂혀 있었다.

세련된 쟈켓 사진 탓인지 그냥 보아도 눈길이 떠나지 않아 뽑아봤는데 영화의 감독이 이수라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감각적인 영상과 파격적인 스토리로 작년 이맘때쯤 AV의 새로운 물결을 예고했던 제작사에서 영입한 새로운 감독이라면 과연 어떤 작품을 내놓았을지 궁금해서 그 비디오를 고르고야 말았다.

클릭의 전속 배우 '은빛'이 섹시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은〈양다리〉.

〈양다리〉에선 우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앵글과 화려한 세트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여느 다른 영화에서 베드씬을 찍기 위해 숱하게 빌렸던 강원도의 콘도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우아한 장소가 헌팅되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거기에 품질(?)을 보장하는 클릭의 여배우들이 은밀한 곳을 마다 않고 화면 앵글에 충실하게 연기한다. AV에서 선뜻 택하지 못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의 스토리에 맞춰 세트와 배우들을 꼼꼼히 선별한 감독의 고집이 엿보인다.

영화는 그다지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다. 아니 차라리 재미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고 중반에 접어들어야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이후에도 내용상의 반전이나 인물의 감정의 변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 반전이나 감정에 동화되지 않는 인물의 변화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런 점을 미리 계산하고 영화를 만든 듯 싶다. 그럼으로써 일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를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고 클라이막스도 없는 밋밋한 영화는 아니다.

대다수의 AV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을 끌어들였다고나 할까? 한집에 사는 두 부부와 그 윗집에 사는 레즈비언인 술집 마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두 부부는 서로의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스와핑을 자연스럽게 해나가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수의 부인 혜란은 남편의 가학적인 성적 행위를 당하면서 그 위로를 같이 사는 남편의 동생뻘인 친구 진으로부터 풀고, 가학적인 행위에 몸달아 있는 진의 부인은 수와 욕망을 풀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윗집에 사는 술집 마담이 자신의 파트너 추향을 데리고 오고, 추향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보단 두 남자와 섹스할 수 있는 혜란을 시기한다.

이제는 서로 사랑하는 혜란과 진, 변태적인 섹스에 빠져있는 수와 진의 아내,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충실한 술집 마담과 추향, 이들은 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인다.

결국 사회의 전통적인 관계에서 벗어난 이들은 수가 섹스 도중 진의 아내를 죽이게 됨으로써 속수무책으로 망가지고 혜란을 시기하던 추향이 진을 유혹함으로써 마담과 추향의 관계도 파멸로 이어진다.

이제는 서로 혼자가 되어버린〈양다리〉의 주인공들. 씁쓸한 결말을 지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안 감독의 영화〈아이스 스톰〉에서도 이와 비슷한 스와핑을 이루는 관계가 나오기도 하는데, 코믹스런 상황이 아닌 AV에서 진지하게 이러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쓸쓸한 가을〈양다리〉로 새롭게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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