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급식 나트륨 과다‘위험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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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트륨 섭취가 하루 2.4g(소금으론 6g) 늘어날수록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으로 숨질 가능성은 36%씩 증가해요. 나트륨은 또 위암·신장결석·골다공증의 발병 위험도 높입니다.”

 지난 21일 출범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오병희(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사진) 공동위원장은 “‘침묵의 살인자’로 통하는 고혈압 유병률이 2007년 24.6%에서 2009년 30.3%로 계속 증가하는 것을 나트륨의 과다 섭취 탓”으로 돌렸다.

 오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지난해 약 4.9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2g 이하를 두 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외식·학교급식 등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식·급식 한 끼분에 든 나트륨 양이 각각 2g·2.3g으로 가정에서 차린 음식의 1.3g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왜 운동본부 이름을 ‘소금 줄이기’가 아닌 ‘나트륨 줄이기’로 정했나.

 “소금은 나트륨(40%)과 염소(60%)로 구성되는데 이중 혈압을 올리는 성분이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소금 외에 채소·과일·곡류·육류·생선 등 자연식품에도 있다. 육류의 나트륨 함량이 채소·과일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육류 섭취를 줄이면 비만은 물론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조미료(MSG)·베이킹파우더·간장·소시지·햄·베이컨·케첩·칠리소스·겨자 등에도 나트륨이 들어 있는데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수두룩하다. 냉면·빵 등 우리가 ‘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식품에도 나트륨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

 -‘운동본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전공이 고혈압·심부전이다. 나트륨 자체가 고혈압의 가장 큰 위험인자이며 고혈압은 동맥경화→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사망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경로’의 시발점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 중 왜 더 싱겁게 먹어야 하는지, 나트륨 섭취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나트륨을 줄이는 일이 금연운동 이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운동본부’의 향후 계획은.

 “사람의 입맛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나트륨 줄이기는 가정식은 물론 급식·외식·가공식품 분야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부 분야에서만 줄일 경우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어서다. 나트륨을 적게 쓰는 조리법도 개발·보급·홍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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