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 경에게 투자의 길을 묻다 ⑦ 투자의 국경 허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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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은 글로벌화됐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물건만 봐도 그렇다. 해외 브랜드나 상품이 낯설지 않다. 매일 먹고 마시는 식료품, 입고 있는 옷, 그리고 집 안 곳곳에 있는 물건을 보라. 국적을 따지지 않고 골랐던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투자에서 글로벌화는 조금 더딘 것 같다. 전 세계 대부분의 투자자는 ‘내 나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90% 이상을 국내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왜 투자를 할 때 ‘자국 편중(Home country bias)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까. 애국심보다는 친숙함 때문이다.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자신감을 갖고 투자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잘 모르는 지역이나 국가에는 두려움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성향 때문에 놓쳐버리는 기회가 많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보면 다른 나라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이 전 세계 증시의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이다. 15번째 규모다.

우리보다 더 큰 비중을 가진 국가 중 한국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는 곳으로 중국과 인도 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투자자가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의 증시 규모는 전 세계 시총의 7~30%를 차지한다.

우리는 이들 국가의 기업이 전 세계에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다.

 최근 5년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 그리고 한국 증시의 연도별 수익률을 보자. 선진국은 2011년과 2008년에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이머징 마켓의 성과는 2009년과 2007년에 가장 좋았다. 한국은 2010년 한 해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였다. 이 기간에 한국 주식에만 투자했다면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이 주는 기회는 놓치고 오히려 손실 폭을 키웠을 것이다.

 지역별로 분산투자를 했을 때의 효과는 더 크다. MSCI 기준으로 지난 5년간 한국 시장에만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11%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50%, 이머징 마켓과 선진국에 각각 30%와 20%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연 25%로 높아진다. 투자 목적과 성향에 따라 국내 비중을 30~70%로 조정했을 때의 수익률도 24~26%로, 여전히 국내에만 투자했을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주식만을 비교한 수치이기 때문에 채권·실물 등 다른 자산군까지 포함하는, 효율적으로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수익률 측면에서도, 그리고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가 예상된다.

 지금도 각국의 시장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불안감이 모든 국가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어딘가에서는 기회가 되고 있을 것이다.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과 같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한 페이지만 읽은 것과 같다”고 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한국에서 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리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기회들이 속속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투자의 국경을 조금씩 허물어 보자.

안철민 프랭클린템플턴아카데미 투자교육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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