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빨간모자' 분대장 시험 1등 통과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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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분대장인 가수 휘성이 훈련병에게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어차피 가수로 살 수 없다면 완벽하게 군인답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17일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만난 가수 휘성(30)은 연예인 티를 완전히 벗고 대한민국 육군 일병 최휘성이 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입대한 그는 연예인들이 많이 가는 홍보지원단을 거절하고 논산훈련소 분대장에 자원했다. 분대장은 그들끼리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다. 훈련병들에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2주 전부터 28연대 1중대에 배치돼 1소대 4분대장을 맡고 있다. 1소대에 딸린 56명의 훈련병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머리를 짧게 깎은 최 일병은 그보다 어린 훈련병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처럼 보였다. 벌겋게 얼어 군데군데 까진 손을 보고 딱한 표정을 지었더니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하다”고 했다.

그는 훈련소 내에서 몸을 사리지 않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하루 3시간만 자면서 전투 시범부터 정신교육 및 상담까지 맡고 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아 잠을 안 자도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동기인 이상현(20) 일병은 “정말 무서운 분대장이다. 동기인 것이 참 다행일 정도”라며 웃었다.

 그는 분대장 시험도 1등으로 통과했다. 과한 훈련으로 무릎에 피로 골절이 왔고 어깨 탈골도 겪었다.

 - 왜 분대장을 자원했나.

 “분대장으로서 내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훈련병들을 한 번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나는 알려진 사람이니까 저절로 집중이 될 거라 생각했다. 삭막한 군생활에 소소한 이야기거리가 돼 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사회경험이 많으니 잘 지도할 자신이 있다.”

 - 군대가 체질인 것 같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원형 탈모가 생겼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모범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이라 특혜를 받는다는 소리를 듣기는 싫다.”

 2002년 ‘안되나요’로 데뷔한 휘성은 지난 10년 동안 가요계 대표적인 실력파로 자리잡았다. 그는 스스로 타고난 보컬리스트는 아니라고 했다. 어릴 때는 음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성대 해부 동영상까지 찾아봤을 정도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는 “어릴 적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을 보며 자랐다. 치열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지금껏 살아온대로 군생활도 해나갈 뿐이다”라고 했다.

 - 휘성이 잊혀질 거란 불안감은 없나.

 “10년 동안 돈 때문에, 기획사 때문에 쉬지 않고 노래했다. 그래서 초심을 잃었다. 노래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릴 참이다. 갈망이 안 차면 노래를 안 할지도 모르겠다.”

 휘성은 인터뷰 내내 시계를 쳐다봤다. “빨리 돌아가서 중대원들 청소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5주 훈련이 끝나면 훈련병들에게 노래를 불러줄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공포의 빨간모자(분대장들이 쓰는 모자)를 눌러 쓰며 대답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분대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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