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됐었나” 물었더니 첫 답변이 “그기 무슨 말잉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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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부산시의원이 15일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한 해변에서 고리원전 사고 방지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뒤로 고리원전 1호기가 보인다. [송봉근 기자]

“더 큰 위험한 사건도 그동안 모르고 넘어갔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영원히 묻혀버릴 뻔한 고리원전 1호기 완전 정전(Black out)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김수근(52·새누리당·기장군) 부산시의원은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 의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7시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의 한 식당에서 “고리원전 안에 전기가 끊겨 비상 발전기도 안 돈다는데 괜찮나”라는 말을 들었다. 고리원전 1호기 정기점검에 참여한 협력업체 근로자(4명)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곁들인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였다.

 김 의원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이 대화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리원전 측에 세 차례 확인을 시도했으나 묵살당했다. 결국 13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그때 얘기가 사실임을 알고는 분노했다. 2006년부터 고리원전 민간 감시기구 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고리원전의 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15일 오전 기장군 일광면 김 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나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왜 의심했나.

 “부산시의회에서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고리원전을 방문해 원전에는 외부에서 전원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비상 디젤발전기 등 비상 전원공급 시스템이 있어 문제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근로자의 대화에 의문이 들었다. 고리원전에서 사소한 사고가 나면 그동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받지 못한 것도 이상했다.”

 - 무엇을 질문했나.

 “세 차례 시도 끝에 김기홍 고리원전 경영지원처장을 겨우 만나 10여 분간의 블랙아웃과 비상발전기 작동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김 처장의 첫 답변이 ‘그기 무슨 말잉교(그게 무슨 말입니까)’였다.”

 - 지나쳐도 될 일 아닌가.

 “원전과 관련된 유언비어도 큰 문제다. 유언비어는 사실을 밝혀 차단해야 하고, 질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 사고 은폐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보안시설을 내세우며 모든 정보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만 공유하는 폐쇄적인 운영이 문제다. 이런 운영체계로는 자기들 마음대로 주물럭거려도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는 정부·한수원·기장군·부산시 민간감시기구 등 5개 기관·단체가 일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고리원전 영향권인 부산·울산·경남에 500여만 명이 산다. 국민 목숨을 담보로 사기 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

 - 이번 사건이 준 교훈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얼마나 떠들었나. 방파제를 높이고 안전대책 수립한다고 했다. 국민이 누굴 믿겠는가.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재무장시켜야 한다. 차분히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젯밤에는 건설 중인 신고리 3호기에서 증기를 빼는 소리에 놀라 마을 주민들이 잠을 못 잘 정도로 예민해졌다.”

 기장 출신인 김 의원은 2006년 제5대 기장군의원에 당선된 뒤 2010년부터 6대 부산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부산시의회가 재난안전소위를 구성하는 데 앞장서는 등 원전안전에 비중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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