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인생 - Cine Valle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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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까지 차오르는 아스팔트의 열기, 자동차 경적, 습관이 되버린 바보상자 TV의 유혹, 모든 것에 지친 일주일의 일상, 뭔가 상큼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떠나요, 제주도"를 꿈꿔보기에 토·일요일의 짧은 휴식이 너무 아깝고, 뭐 없을까?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헐리우드,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우리를 환상으로 안내하는 동경의 디즈니 랜드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에게도 '무엇'인가가 있다.

푸르른 녹음과 시원한 강줄기, 양수대교의 탁 트여진 시야를 따라 약 1시간 가량 드라이브('운전'이 아닙니다)를 즐기다보면 아름다운 영화의 골짜기("씨네 밸리"), 서울 종합촬영소에 다다르게 된다.

영화촬영을 위해 지어진 각종 실내 세트와 야외 세트, 그리고 녹음과 편집, 믹싱 등 영화의 후반작업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추어진 한국영화산업의 메카, 서울종합촬영소.

입구에서 표를 산 뒤 차를 몰고 정상까지 달려오면 수 많은 CF와 영화속에서 보았던, '진짜 같은 가짜', 오픈세트가 보인다.

영화 〈신장개업〉의 오픈세트, 〈JSA〉에 나온 80퍼센트 모형의 판문점을 그대로 재현해낸 판문점 세트, 그리고 서울 경기 지방의 전통 사대부 가옥을 복원한 운당 세트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시원한 안으로 들어오면 이곳저곳 둘러볼 곳이 더 많아진다. 녹음·편집·조명의 원리를 실제 미니어쳐 실험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영상원리체험시설, 영화탄생과 기술 발전·장르로 본 한국 영화 등 영화에 관한 일반적인 자료들을 구비해놓은 영화문화관, 영화에 사용된 의상·소품들을 모아놓은 의상소품실. 그리고 운이 정말 좋다면 매점에서 촬영 중 휴식시간을 틈타 군것질 하러온 스타들을 볼 수 있을지도.

관람메모

관람시간 : 하절기(3월~10월) 10:00~17:00 / 동절기(11월~2월) 10:00 ~ 16:00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입 장 료 : 어른 3000원, 중고생 25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전화 : 0346) 5790-671

끼니때가 훌쩍 지나버려 출출할 거다. 종합촬영소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쪽에 위치한 초가지붕을 찾자. 시골집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버섯 모양의 황토집 '시골이야기'는 직접 재배한 버섯으로 국물 맛이 일품인 해물 버섯 매운탕과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그 감칠맛을 잊을 수 없는 감자 수제비가 일품이다. 겨울이면 운치있는 벽난로에서 무제한으로 안겨주는 군고구마와 감자맛을 잊을 수 없다.

얼음이 송송 박힌 동치미 국수는 어떨까? 원조임을 자랑하는 수많은 간판들이 주로 차도에 널려있어 그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지만 '원조 동치미 국수'라고 대로변에 써있는 '죽이는 동치미 국수'집 맛은 따라갈 자가 없다.

동치미 국수와 김치만두, 그리고 도토리 묵무침의 단촐한 메뉴를 가진 이 집의 동치미 국물맛은 무더운 여름, 머리가 찡할 정도의 '감동'을 안겨줄 거다. 이정도라면 지옥같은 한주일의 피로와 분노가 사라질법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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