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 뒤편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오늘은 어느 줄에 섰습니까, 기분 좋은 하루 작은 질서로 시작됩니다.' 지하철 공익광고의 한 대목이다.

출근길에 무심코 보아 넘기는 이 카피에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게릴라와 그의 가족을 분리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심리전 기법을 떠올린다면 무리일까. 질서라는 명목 아래 죄의식을 조장함으로써 공공질서(정부)와 개인의 결속을 강요한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1980년초 군부정권이 국민의식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공익광고는 정부의 이익을 공공(민간)의 이익으로 둔갑시켜 결국 보수주의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위기도 81년 첫 공익광고 '저축으로 풍요로운 내일을' 이 초래한 씨앗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저자는 공익광고가 외국처럼 자원봉사제도로 운영돼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김종찬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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