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85’인가…국민주택 규모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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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달 분양할 예정인 ‘래미안 한강신도시2차’ 1711채는 68~84㎡(이하 전용면적)로 구성된다. 세종시에서 한양이 이달 말 분양할 예정인 ‘에듀시티•에듀파크’ 1238채는 모두 84㎡로 지어진다.

보통 건설사가 중소형 아파트를 지을때 84㎡ 크기를 넘지 않는다. 왜 꼭 84㎡를 기준으로 할까? 법으로 정한 국민주택 규모인 85㎡를 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넘지 않아야 각종 세금 및 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설사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로 지을 때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대출 받을 수 있다. 분양받은 사람들도 국민주택 규모 이하여야 거래할 때 2.2%의 취득세만 내면 된다. 그 이상이면 2.7%의 취득세를 낸다. 이 밖에도 국민주택 규모를 짓거나 거래할 때는 각종 재산세 및 부과세 혜택도 있다.

국민주택 규모 놓고 국토부와 서울시 논란

요즘 이 국민주택 규모가 논란이다. 서울시에서 국민주택 규모를 1~3인 가구 수 증가 등 주택수요의 변화를 고려해 85㎡에서 65㎡로 조정하자고 정부에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규모를 85㎡에서 65㎡로 조정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정부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이를 왜 반대할까.

국민주택은 주택법 제2조 3항에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거나 개량되는 주택으로 1호 또는 1세대 당 85㎡이하(일부 읍 또는 면 지역은 100㎡이하)”로 정의된다.

법에 이렇게 정해 놓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주택 이하 주택은 각종 혜택을 준다. 말하자면 대략 이 정도 크기가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주택 규모라는 것이다.

왜 85㎡가 국민주택 규모가 됐을까? 85㎡가 국민주택 규모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 마련한 ‘주택건설촉진법(72년12월30일 제정)’에서다.

85㎡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먼저 정부가 1인당 거주에 필요한 적정 주거면적을 5평으로 삼고, 당시 평균 가구원수인 5를 곱해서 25평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당시 ‘평’이 보편화된 단위였지만 법적으로는 ‘㎡’를 쓰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25평을 ㎡로 환산하니 82.5㎡였고, 이를 토대로 기억하기 좋게 85㎡로 하자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 가운데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 신당동 사저가 85㎡였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85㎡로 결정한 이후 다시 혼란이 생겼다. 당시 ‘평’에 익숙했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85㎡을 다시 평으로 환산해 어정쩡한 수치인 25.7평이 국민주택 규모가 됐다. 그 이후 법에선 85㎡, 일상적으로는 25.7평이 국민주택 규모로 사용되다 2007년 이후 계량법이 통일되면서 85㎡만 국민주택 규모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 "가구수 변화로 국민주택 축소해야"

국민주택 규모를 정한지 40년이 지난 지금, 이를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왜 나왔을까. 그동안 가구의 분화로 평균 가구원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2.69명에 불과하다. 이젠 2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됐고, 1990년 이후 주된 가구유형이었던 4인 가구보다 많아졌다. 전국 1733만9422가구 중 69%가 1~3인 가구(1204만2982가구)다. 가구원수가 평균 5명 이상이던 40년 전하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가구원 수는 줄었지만 주택은 더 넓어졌다. 2006년1월 합법화된 발코니 확장 등으로 서비스면적이 커지면서 더 넓어졌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발코니 확장을 통해 20~30㎡ 정도씩 공간을 넓게 쓴다.

주택 수요도 소형이 대세가 됐다. 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소형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도 85㎡ 초과는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집값도 수요가 많은 소형 상승률이 가장 높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아파트 기준 소형(62.8㎡ 미만)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 올랐지만 같은 기간 중형(62.8~95.9㎡)은 대형(95.9㎡ 이상)은 0.6%, 2.6% 각각 떨어졌다.

이런 움직임을 반영해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주택 규모도 작아졌다. 2010년과 2011년 2년간의 전국주택 사용검사(준공) 실적을 전용면적별로 분석한 결과, 60㎡이하는 2010년 10만5617채에서 2011년 13만5767채로 28.5% 증가했다. 반면 60~85㎡는 11만672채에서 10만1665채로 8.1%(9007채) 감소했다.

국토부 “65㎡ 이하에 세금 혜택 등 늘리면 돼”

그럼에도 국토부가 국민주택 규모 축소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 세제 등 다양한 제도와 얽혀 있어 쉽게 건드릴 부분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청약통장이 85㎡를 기반으로 설계돼 1000만가구 이상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고, 보금자리주택 등 저렴한 공공주택의 청약가능 기준도 85㎡를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다.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 건설사와 주택구매수요자들의 국민주택기금의 활용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리모델링 증축 범위도 국민주택규모를 기준으로 국민주택규모 이하면 40% 증축, 이상이면 30%만 증축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주택 수요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주택 규모를 65㎡로 줄이면 당장 65~85㎡ 사이 주택 공급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향후 소득 규모가 커지면서 조금 더 큰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경우 소형만 많이 짓는다면 수급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정부는 따라서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 국민주택 규모를 축소하기 보다는 65㎡이하에 대한 금리 혜택, 세제 지원 등을 늘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국민주택 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각종 혜택이 달라지면서 주택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재고주택 및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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