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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에게 명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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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명춘
서울동대문경찰서장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08년 42만1000명이던 국내 치매노인 수는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연말 현재 49만5000명에 이르렀다. 2020년에는 75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치매노인 실종 역시 2008년 4246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7593명으로 3년 만에 76%나 증가했다. 65세 이상 전체 인구(545만 명)의 약 9.1%가 치매환자고, 매일 20명이 넘는 치매노인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노인 가출 문제는 그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노인은 기억력과 지각능력이 저하돼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어 길을 잃고 배회하다가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위치추적장치’를 보급하고 있으나 신청자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고, 연락처가 적힌 ‘카드’를 목에 걸어주기도 하지만 위험에 처하거나 사고를 당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치매노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치매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색·로고·표식 등을 제정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모자·옷·마크·명찰 등을 활용해 고유번호를 적어두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치매환자 발견 시 주관부서에 연락하면 가족이나 보호기관에 인계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박명춘 서울동대문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