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만 쓰면 디지털 세상이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필자는 안경을 통해 디스플레이 기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본 것은 1.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니터처럼 보였다. 수많은 회사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중 인비조(InViso)사가 이 기술을 실용화한 제품을 내년에 처음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인비조가 착용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조건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 이제 이 기술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될 것인가 살펴보자.

안경 디스플레이 기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필자가 처음 봤던 견본은 10년 전쯤 MIT 미디어 연구소에서 나온 특이한 적색 디스플레이였다. 이 디스플레이는 래스터 그래픽 같은 드라이버와 특이한 해상도을 사용해 흑백 컴퓨터 영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거리에 불과했다.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몇몇 조악한 LCD들도 몇 년 동안 출시돼왔다. 최근에는 소니와 일부 일본 벤더들이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향상된 버전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상당한 고가이다.

인비조가 만약 장담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새로운 LCD 온 실리콘(LCD-on- silicon) 기술을 사용한 이 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어낸다. 필자는 640x480 화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인비조는 1,024x768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새 컴퓨팅 안경이 저렴하고 편안하다면 이런 해상도는 컴퓨팅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상황으로 보건데 새 안경은 어떤 종류의 모니터보다 훨씬 저렴해야 할 것이다.

이 기술은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 새로운 로우엔드 시장을 생성하면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컴퓨팅 환경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핸드헬드장비 제조업체들은 이미 너나할 것 없이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예컨대 팜 핸드헬드의 경우 작은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는 제품도 그대로 내놓고 한편으로는 1,024x768 디스플레이를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고 상상해 보라. 핸드헬드 제조업체들은 인비조의 기술을 잘 알고 있으며 이 기술을 그들의 시스템에 통합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 가지 역설적인 현상은 윈도우 CE가 640x480 칼라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팜 OS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안경을 CE 기기에 꽂으면 완벽한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을 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그룹들로는 WAP과 3G 폰 디자이너들이 있다. 일본의 아이모드(i-Mode)폰은 아름다운 칼라 디스플레이와 웹 브라우징 기능 때문에 유망한 제품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WAP 폰의 흑백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면서 인비조의 완전칼라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방식일 것이다.

포터블 컴퓨팅을 위해 휴대용 키보드도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비행기 승객들이 이런 안경을 쓴 채 소형 팜톱에 꽂을 수 있는 접이식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오늘날 고가의 랩톱에서 수행하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핸드헬드 컴퓨터는 500달러, 디스플레이 안경은 200달러 정도라 할 때 소비자들은 저렴한 비용과 무게가 아주 가벼운 장비를 이용해 이상적인 휴대용 컴퓨팅 환경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디스플레이는 전력 소모량도 적다.

비공개 디스플레이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비행기 안에서 일부 사업가들의 어깨 너머로 상세한 극비 스프레드시트가 그대로 필자의 눈앞에 들어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는 애플의 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심층분석 칼럼을 쓴 적도 있다. 필자는 곁에 앉았던 한 남자가 쓰고 있던 메모를 그대로 훔쳐보았던 것이다. 그는 필자가 넘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날의 사업환경에서 이런 식의 정보침해는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착용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우연히 수신하게된 포르노 파일을 잘못 열어본 실수를 한 적이 있다면, 비공개 디스플레이의 진가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런 컨셉은 실제로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으면서도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 이용하면 더욱 실감이 난다. 디스플레이들은 물론 3D이다.

앞으로 몇 년 후 우리는 실제로 이런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정말 볼만한 광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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