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에 '조기출퇴근 풍토' 확산

중앙일보

입력

벤처기업들 사이에 조기 출퇴근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밤샘작업과 이로 인한 자율출퇴근 제도는 점차 사라지면서 일반 기업처럼 빨리 일하고 빨리 퇴근하는 근무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

리눅스 컨설팅 및 SI(시스템통합) 업체인 리눅스코리아는 지난 7월 회사를 현재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면 퇴근할 수 있는 ''정상 근무''를 따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만용 개발담당 이사는 일주일에 2∼3일씩 회사에서 밤을 새며 작업을 했던 올빼미족으로 유명했지만 최근들어서는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정보보안 업체인 펜타시큐리티의 경우 최근들어 오전 8시에 모든 팀장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회의를 자주 열면서 은근히 직원들의 조기 출근을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석우 사장도 개발자들을 독려하면서 툭하면 회사에서 자정을 넘겼지만 얼마전부터 가능하면 제때에 귀가하고 대신 출근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당겨 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지난 16일부터 오전 9시였던 출근시간을 8시로 1시간 앞당기고 1시간 빨리 퇴근하는 ''조기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대신 밤샘작업이 많은 해외사업부와 연구개발쪽은 종전대로 9시에 출근하는 융통성을 남겨 놓았다.

인터넷 증권정보 서비스업체인 팍스넷도 오전 8시 30분으로 돼 있는 출근 시간을 되도록이면 지키도록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에 조기 출퇴근 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조직이 커지다 보니 일부 개발자들이 회사 구성원의 전부였을 때 몸으로 때우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개발, 영업, 관리 등 회사내 여러 팀들이 서로 업무 협조를 위해 자주 회의를 가져야 하는데 개발자들이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체제로는 업무 협조가 불가능하다는 것.

또 최근 코스닥 시장 등 자금시장이 나빠지면서 길게보고 살아남으려면 좀더 일찍 출근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낮에 일하는 정상적인 업무가 효율성이 높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벤처기업 경영진은 "시장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몸으로 때울 수는 없는 노릇 이라며 체력 안배를 하면서 길게 내다보고 일을 하려면 정상적인 근무형태가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경우 퇴근 시간은 그대로이면서 출근 시간만 빨라진 경우도 있어 전반적으로 근무 환경만 열악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직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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