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일본 대학야구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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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일본야구계에 대기록이 탄생했다. 가미시게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다만, 이 기록은 프로야구가 아니라, 대학야구의 시합에서 달성됐다.

이 날 리쿄대학의 가미시게는 동경대학을 상대로 리그 사상 2번째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프로야구는 이제 정규리그는 다 끝나고, 지금은 재팬시리즈가 한창이지만, 대학야구는 리그전이 막판을 맞이해서 뜨거운 경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취향을 바꿔서 대학야구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대학 야구 시즌은 봄과 가을의 2시즌이 있고, 전국에서 6대학마다 아니면 8대학마다 한 리그를 구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유명한 리그가 바로 도쿄 6대학리그다. 여기에는 도쿄대학, 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리쿄대학, 호세이대학, 메이지대학 등의 6개의 대학이 있다.

이 대학들은 대부분이 일류대학이다. 특히 도쿄대는 아시다시피 일본 최고의 국립대학이고, 와세다대와 게이오대도 사립대학 중에서는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고 해서 야구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도쿄 6대학리그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대학야구 총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많고, 프로야구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서 각구단 스카우트들도 많이 이 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이 리그 출신 프로야구 선수를 소개하면, 요미우리-나가시마 감독(리쿄), 다카하시(게이오), 니시(와세다), 미사와(와세다), 주니치-가와카미(메이지), 요코하마-가와무라(리쿄), 세이부-다카기(게이오)등을 비롯해 너무나 많은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어떻게 될까. 도교 6대학 출신 프로야구선수를 소개 하면, 호세이-16명(전대학 중 1위), 메이지-13명, 와세다-7명, 게이오-5명, 리쿄-1명이다.

다른 대학리그 중에서 프로에 많은 선수를 보낸 대학을 소개하면, 도호쿠 후쿠시(東北福祉)대학-15명(가장 유명한 선수는 올해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사사키), 고마자와(駒澤)대학-15명,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대학-12명, 아시아(亞細亞)대학-10명 등이다.

대학야구는 어디까지나 대학과 대학의 대결이다. 아마 한국도 똑같겠지만, 대학은 그 학교마다의 특색이 있고, 고등학생들은 그 특색을 자신이 골라서 입학했기 때문에, 졸업한 후의 애교심도 고등학교까지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그래서 같은 도쿄에 있는 대학이라고 해도, 당연히 자기가 존속된 대학을 응원하고, 자기가 다니는 대학이 졌다고 해도 같은 도쿄에 있는 대학을 응원하는 것은 거의 없다(이것이 고등학교 야구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대학 야구는 순진한 대학과 대학의 대결이 된다.

대학마다 잘하는 스포츠는 다르지만, 대체로 야구는 그 학교를 대표하는 간판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다른 경기와 달리 야구장에 나가서 응원하는 대학생이나 졸업생도 비교적 많고, 그들은 항상 열띈 응원전을 펼친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대결은 뭐니뭐니해도 소케이센(早慶戰)이다. 와세다대는 한국 고려대, 게이오대는 연세대같은 대학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 것이다.

와세다대와 게이오대는 예전부터 라이벌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한 라이벌일 것이다. 수준도 비슷하고, 학교 창립 시기도 비슷하다. 사회에서 활약하는 분야는 달라도 그 역할이나 중요성 역시 비슷하다.

그래서 두 대학은 도쿄 6대학리그내의 다른 학교에는 지더라도 소케이센만큼은 절대 질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도 마찬가지고, 그 때문에 소케이센 분위기는 상당히 달아오른다.

그래서 소케이센이 벌어지는 진구(神宮)구장(야쿠르트의 홈구장)은 프로야구가 있는 날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모여 열띈 응원전이 벌어진다. 학생들은 소케이센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구장 밖에서 입장을 기다린다(이것이 가장 즐겁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응원은 학교 응원부가 맡고, 그 이외에 교합악단, 치어걸도 와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런데, 이 날은 평소에는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여대생들도 많이 와서 응원하기 일쑤이고, “1루와 3루가 어디예요?”라는 질문을 하는 등의 재미있는 대화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도 물론 시합에 이기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응원전에서 얼마나 목숨을 걸고 상대 대학보다 힘찬 응원을 펼칠 수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필자가 소케이센을 보러 갔을 때 어떤 6명의 남학생들은 머리에 순서대로 “W A S E D A”(와세다)라는 문자가 새겨지게끔 머리를 깎았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프로야구 응원전과 전혀 다른 응원전을 벌이고, 대학의 자존심을 거는 대결이 이 소케이센이라는 대결이다.

이 소케이센이 이번에는 10월 28일과 29일에 열린다. 이번 소케이센은 예년보다 더 힘이 실려질 것이다. 왜냐하면, 도쿄 6대학 마지막 경기인데다, 여기서 이긴 팀이 도교 6대학 우승팀이 되기 때문에다. 그리고 슬슬 드래프트 시기가 돼서, 각 유망선수의 행보도 궁금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출신대인 와세다대를 응원하고 싶은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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