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아파트 무늬만 '사이버'

중앙일보

입력

"첨단 사이버 아파트라고 광고했지만 입주해보니 일반 아파트와 다른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난달 준공해 현재 입주가 한창인 부산시 남구 문현동 `삼성 사이버아파트'' 입주자들은 삼성물산이 지난 98년 분양 당시 약속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화상통화 및 원격의료진료, 상담, 보안용으로 활용가능한 영상전화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분양당시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서나 가능했던 모든 정보기능을 가정에 갖춘 주택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형 최첨단 아파트라고 광고했었다.

그러나 막상 입주를 한 주민들이 영상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나로통신에 가입하고 17만원의 설치비와 월 3만원이 넘는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삼성물산측은 이에대한 입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화상전화기를 선택하지 않는 대신 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업체 시브이넷(CVnet)에 가입하면 2년간 초고속 인터넷망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비싼 설치비와 월사용료에다 실용성이 크지 않은 영상전화를 선택하는 입주자는 거의 없어 `첨단 사이버 아파트''란 광고내용은 허울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로 23일 현재까지 입주한 150여가구중 영상전화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집은 한곳도 없다. 입주자들의 불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년간 무료로 제공되는 시브이넷 통신망도 입주 시작 한달이 다되도록 설치되지 않아 대부분의 가구가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와함께 통신망의 속도도 평균 1메가바이트(Mb)에 불과해 사용자가 많이 몰릴 경우 일반 전화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입주자 김모(40.회사원)씨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첨단 사이버 아파트라기에 마음먹고 입주했는데 실망스럽다"며 "회사측에서 제시한 인터넷을 신청했지만 입주를 한지 20일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입주자 강모(35.여.상업)씨도 "영상전화를 신청하더라도 설치비와 월사용료를 내야 할 뿐 아니라 전화를 새로 신청해야하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영상전화를 가지고 있어야 제기능을 발휘하는 단점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무료 인터넷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각 가구와 관리사무실 단지내 시설 등을 광통신망으로 연결해 미래의 초고속 정보통신환경을 구축했으나 올해초에 인터넷사업을 하기로 결정해 랜 설치공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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