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사 진술서에 "나경원 남편 김판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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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은정 검사(左), 김재호 판사(右)

경찰이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해 박은정(40·사법연수원 29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검사는 나경원(49)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49·연수원 20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부터 “아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앞서 박 검사는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A4 용지 1장반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6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진술서에 “2005년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 김 부장판사가 전화를 걸어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서 사건 기소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말했다”고 적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가 ‘검찰이 네티즌을 기소해 주면 다음은 법원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진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박 검사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경찰에서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은 김 부장판사의 발언이 기소 청탁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박 검사는 김 부장판사의 전화를 기소 청탁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대해서 애매한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부장판사가 부인인 나 전 의원 사건 수사 도중에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 통화 당시 박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에, 김 부장판사는 서부지법에 각각 근무하고 있었으며 ▶연수원 기수에 8기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검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박 검사 진술서에 미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사팀과의 일문일답.

 -미진한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가.

 “수사상 꼭 보완해야 할 내용이다.”

 -미진한 부분은 사실관계에 대한 것인가, 표현이 모호한 것인가.

 “표현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김 부장판사와 박 검사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좀 더 수사를 진행된 뒤 결정하겠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해 박 검사와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검사가 경찰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박 검사는 진술서를 경찰에 직접 내지 않고, 검찰을 거쳐 경찰에 제출했다. 어떠한 형태의 추가 조사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박 검사 진술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다양한 전화를 받는다”며 “박 검사가 김 부장판사의 전화를 청탁으로 받아들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연자인 주진우(40)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10월 “김재호 판사가 2005년 서울서부지법 재직 당시 ‘나 전 의원은 친일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서부지검 검사에게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주 기자의 주장을 부인했다.

나 전 의원은 당시 “김 부장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건 적 없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이철재 기자

‘기소청탁’ 의혹, 어떻게 진행됐나

▶ 2011년 10월 주진우 시사인 기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나 후보 비난 글 올린 누리꾼을 기소해 달라며 검사에게 청탁했다”고 주장

▶ 2011년 10월 나 후보, 주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

▶2011년 11월 서울경찰청, 김 판사 서면조사

▶ 2012년 2월 28일 주 기자, ‘나꼼수’에서 “박은정 검사가 공안수사팀에 자신이 김 판사로부터 청탁받은 사실을 말했다”

▶ 2012년 3월 5일 박 검사, 경찰에 ‘김 판사로부터 청탁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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