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못 싸오는 인도소년 교실에선 어떤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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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탠리(가운데)는 학교에 도시락을 못 싸오지만 학교대표로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8일 개봉하는 ‘스탠리의 도시락’(감독 아몰 굽테)은 인도영화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인도영화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처럼 드라마가 탄탄하다. 제작진도 ‘내 이름은 칸’과 같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입소문이 퍼진 상태다.

 귀여운 외모에 기발한 상상력과 글 솜씨, 춤까지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열한 살 소년 스탠리.

그의 단 하나의 약점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도시락을 나눠주는 친구들 덕분에 학교생활은 무척 즐겁다.

 그런데 ‘강적’이 나타난다.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는 재미에 빠진 ‘식탐 대왕’ 베르마 선생님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의 도시락 지키기 전쟁이 시작된다. 급기야 베르마 선생님은 도시락을 못 싸오는 학생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비(非)교육적인 불호령을 내린다. 영화 전반부는 딱 아이들의 보폭만큼의 페이스로 전개돼 취향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베르마 선생님과 아이들의 도시락 쟁탈전은 경쾌하기만 하다.

 영화의 진가는 후반부에 드러난다. 친구들의 도시락으로 허기를 때우던 스탠리가 작품 막바지에 챙겨오는 도시락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어른들과 사회를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베르마 선생님으로 직접 출연한 아몰 굽테 감독은 아동영화의 틀 속에 미성년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극심한 빈부차 등의 사회문제를 담아냈다. 무상급식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해 개봉했더라면 더 많은 주목을 끌었을 법하다. 스탠리 역의 파토르 굽테도 감독의 실제 아들. 첫 영화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앙증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비참한 현실에도 눈물 한 번 글썽이지 않는 스탠리의 꿋꿋함이 되레 관객을 울린다.

 영화는 학교폭력과 개인주의에 지친 어린 학생들에게는 우정의 소중함을, 도시락의 추억을 지닌 중·장년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일깨운다. 유년시절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수돗물로 배를 채웠던 코흘리개 급우들의 안부가 궁금해질 어른들도 있겠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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