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가는데 히말라야 등산복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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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달 중순 새 아웃도어 브랜드 ‘더 도어’를 선보이는 김창수 F&F 대표가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나절이면 넘을 수 있는 (경기도 과천의) 청계산에 가면서 히말라야 등반용 복장을 할 필요가 있는가. 불필요한 초고기능을 뺀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이겠다.”

 이달 중순 새로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드는 의류업체 F&F 김창수(52) 대표의 출사표다. 선보이는 브랜드는 ‘더 도어(The Door)’. 오는 15일 서울 논현동에 1호 직매장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에 4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등산복과 등산화뿐 아니라 캠핑·피크닉·사이클링·낚시 등 대부분의 아웃도어 활동과 관련한 제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더 도어가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이라며 “기능은 자연을 만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만 넣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예를 들었다.

 “예컨대 아웃도어의 필수 소재처럼 돼 있는 고어텍스는 쓰지 않는다. 이것만 해도 원가를 30~40% 정도 낮출 수 있다. 굳이 고어텍스를 쓰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자연을 즐기는 데 꼭 필요한 정도의 방풍·방수·보온성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는 또 “우리 자연환경은 고기능성 아웃도어가 꼭 필요할 만큼 험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서구인은 등산을 하려면 멀리 차를 몰고 나가 며칠 동안 혹독한 지형과 싸우지만 우리는 대부분 편안하게 산이나 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서구인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다 보니 최고의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가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자연을 벗삼아 소통하며 공존해 온 우리에겐 자연과 어울리는 아웃도어 제품이 제격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값비싼 고기능성 아웃도어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해외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F&F는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쓰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는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면 마케팅 비용이 더 들어 그만큼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며 “결국 고가의 마케팅비를 소비자가 지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 도어는 그 대신 캠핑·등산·사이클링을 즐기는 가족이나 동호인들을 모델로 내세울 계획이다. 이런 식의 마케팅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캠핑을 하며 음악을 듣고 요리를 즐기는 식의 새로운 아웃도어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F&F는 이탈리아 패션업체 베네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의류 브랜드인 MLB, 여성 캐주얼 시슬리 등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다. 또 ‘바닐라 비’라는 여성복과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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