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뮤직 오브 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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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쉰한살. '연기의 신(神) ' 으로 불릴 만큼 탁월한 연기력과 때로는 거리감마저 느껴지는 독특한 지성미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명배우도 눈과 입가의 깊은 주름이 어느덧 안쓰러운 나이가 됐다.

〈뮤직 오브 하트〉 는 전적으로 메릴 스트립의 연기력과 카리스마에 기대는 영화다.

할렘의 빈민층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으로 꿈과 희망을 가르쳐온 한 미국인 음악 교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96년 다큐멘터리(Small Wonders) 로 먼저 제작돼 아카데미 기록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이야기다.

메릴 스트립은 연주자의 꿈을 접고 전업 주부로 살다가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다시 바이올린을 들고 학생들 앞에 나서는 중년 여성 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흔히 음악과 연주자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연기자들의 연주 연기가 어딘지 어색해 영화 전체의 사실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노련한 연기자에겐 그런 어색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촬영을 위해 네달여 바이올린을 배운 게 전부라고 하니 역시 타고난 연기자라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너무 실화에 충실한 탓에 영화적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따뜻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추천할 만한 영화다.

아이작 스턴.이츠하크 펄먼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메릴 스트립의 학생들과 함께 출연하는 카네기홀의 마지막 자선 공연 장면이 감동적이다.

〈스크림〉 1, 2편으로 공포영화의 새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점이 이채롭다.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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