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초강대국 미국 만든 순간들 … 결단 좌우한 건 오직, 국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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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25전쟁 당시의 트루먼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 중공군이 6·25전쟁에 개입하면서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맥아더는 핵폭탄을 사용한 확전을 계속 주장한 반면, 트루먼은 확전에 반대했다. 신간 『대통령의 결단』의 저자는 맥아더를 해임한 트루먼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대통령의 결단
닉 래곤 지음
함규진 옮김, 미래의창
384쪽, 1만5000원

제퍼슨 미국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주 매입 성사를 눈앞에 두고 왜 망설였을까. 케네디 대통령이 막대한 국가예산을 달 탐사 프로젝트에 쏟아 부은 이유는. 골수 반공주의자였던 닉슨 대통령이 어떻게 사회주의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냈을까 등등.

 세계사에서 한번쯤 의문을 가져볼 법한 13개의 장면이 등장한다. 그 중심에 미국을 오늘의 초강대국으로 이끌어온 최고 권력자의 결단이 놓여 있다.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탐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마지막 정책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고독한 승부’ 13장면에 포인트를 맞췄다.

 미국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의 시선은 독특하다. 첫 등장인물은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1803년 제퍼슨이 프랑스의 권력자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주 매입 결정을 내리기 직전의 장면이다. 미국이 영토를 두 배로 늘리며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획기적 작업이었지만 의회의 검토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당대 가장 저명한 정치철학자로서, 의회와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제퍼슨의 고민은 깊어갔다고 한다. 의회야말로 정부의 중심이며 참된 민주주의의 실체라고 중시해온 철학적 신념과 현실 정치가 서로 부딪혔기 때문이다. 번민 끝에 제퍼슨이 현실을 택하며 내린 결론은 “살루스 포풀리(Salus Populi·‘인민의 복지’라는 뜻의 라틴어)야말로 법조문에 앞선다”였다. 국익과 국민의 복지라는 현실이 자신의 신념보다 더 앞선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역사 교과서에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대목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행 결단을 조명하는 방식도 그렇다. 닉슨이 1950년대 냉전이 절정에 달할 때 호전적인 반공주의자로 명성을 얻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50년대엔 반공을 신념으로 했던 그가 70년대 들어 중국과의 전면 교류를 추진하며 자신의 정치철학을 전환한 이유를 저자는 일종의 실용주의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실용주의의 배경은 다름아닌 미국의 국익이었으며, 그것을 미국 대통령 리더십 저변에 관통하는 흐름으로 그려내고 있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연방 분리주의자들에 맞서 연방제 강화 정책을 추진한 것은 국익 중심 실용주의 리더십 전통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케네디 대통령이 달 탐사에 올인한 배경, 그리고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체면도 가리지 않고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몰아붙인 배경은 소련과의 국익 경쟁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 국제연맹 설립을 추진한 우드로 윌슨,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무기대여법을 제정한 프랭크린 루스벨트, 그리고 의료보험제 개혁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 등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 리더십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책이다. 누가 당선되든 많은 일을 시도하기보다 필생의 과업 하나를 제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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