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퓨처시스템 김광태 사장

중앙일보

입력

"우리 기술이 미국 등 선진국과 견주어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정보보안 핵심 기술인 VPN(가상사설망) 분야에서 국내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퓨처시스템의 김광태(41) 사장은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퓨처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드웨어 기반의 VPN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정보보안 전문업체로 연내에 미국 동부에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VPN은 알고리듬 등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공중 네트워크를 사용자가 자신의 전용망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기업이나 공공분야의 업무가 점점 인터넷에 의존해 감에 따라 가장 각광받는 보안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정보보안 시장은 약 1천억원 규모에 달하고 이중 VPN 분야는 400억∼500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매년 배 이상 성장해 내년에는 1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도 VPN시장은 매년 150% 이상씩 고속 성장을 계속해 2002년에는 318억달러(한화 약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엑선트, 체크포인트, IRE, 넷스크린, 레드 크리크, 소닉월, 워치 가드 등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이 이 분야의 주도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으며 퓨처시스템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김사장은 "VPN은 네트워크 기술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인터넷 기술이 앞선 우리나라가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미국의 VPN 업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퓨처시스템의 강점은 기술력에 있다고 자부한다.

퓨처시스템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김사장을 비롯해 전체 직원 85명중 60% 이상이 석사급 이상 연구원이며 매년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고 있다. 또한 지난 87년 설립돼 14년의 짧지않은 역사를 지녔으며 정보보안 시장의 흐름을 3년 앞서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퓨처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

김사장에 따르면 정보보안 기술의 무게 중심은 지난 98년에는 침입차단 기술인 방화벽에서 지난해부터는 VPN으로 넘어왔고 현재는 VPN을 중심으로 `종단간''(end to end)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종단간 개념은 네트워크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구간을 책임진다는 것으로 퓨처는 이미 3년전부터 이에 대비해왔다는 것.

퓨처시스템의 주력제품인 `시큐웨이스위트''는 VPN을 중심으로 방화벽과 침입탐지(IDS), 공개키기반구조(PKI) 등을 접목한 통합 보안 솔루션 제품으로 최근 통합제품을 원하는 수요에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퓨처시스템은 올들어 지난 3.4분기까지 102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4.3배로 증가했으며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96억원을 넘어섰다.

김사장은 올해 200억∼2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03년까지 매출액 1천억원을 넘는 세계 초일류 정보보안 업체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사장은 벤처기업이 기술개발 보다는 자신의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다른 벤처에 투자하는 `돈놀이'' 풍토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벤처기업은 기술로 승부해야 합니다. 벤처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해야하는 게 기술개발 아닙니까. 벤처기업인들은 국가 경제의 미래가 우리의 기술개발 성과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별도의 사장실도 없이 일반 직원들과 같이 허름한 사무실 한쪽을 사용하고 있는 김사장의 모습에는 겉치레보다는 실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장인 정신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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