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공립교사 3명 특채 뜻대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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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교조 출신 교사 3명을 공립교사로 특채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임용을 취소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요구에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채된 교사 3명 중 2명은 곽 교육감 선거를 도왔던 이들이다. 곽 교육감은 또 "전교조 교사 출신 등 2명을 비서실 5급으로 특채하려는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인사문제가 불거지자 이날 기자들과의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간담회를 연 것은 후보 매수 혐의로 구속됐던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곽 교육감은 “여러 사안이 불거지면서 걱정과 오해가 증폭돼 왔다”며 자신의 인사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과부가 공립교사 특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세 교사 모두 (특채할 만한) 이유가 있다. A교사(보안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사면복권)는 2006년 교과부에서 복직을 지시했다. B교사는 사학비리 고발로 해직된 공익 제보자다. C교사는 자사고 정책을 교육자적 양심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C교사는 교육감 비서였다. 특혜 아닌가.

 “워낙 훌륭한 선생이다. 이런 교사를 담임으로 만나는 학생들은 행복할 것이다.”

 곽 교육감은 “비서 승진 계획은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7급으로 채용했던 5명을 3월 6급으로 재계약하려던 방침에 교육청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물러선 것이다. 통상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려면 12년 정도가 걸리는데 2년도 안 돼 초고속 승진시키려 했던 것이다. 곽 교육감은 “승진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시점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만 했다. 하지만 비서실 확대에 대해선 “뜻이 맞고 철학이 통하는 몇 분하고는 같이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후보 매수 혐의로 1심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이후 측근 인사 기용이 더 심해진 것이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인사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있다.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

 “우리 비서(현 7급)들은 5급을 줘도 시원찮은 분이다. 일반직 인사 적체를 감안해 그간 희생을 부탁했었다.”

 -왜 ‘희생’이라고 생각하나.

 “(비서들의) 연령·학력·경력을 종합적으로 보라. 일반직 공무원의 노고를 당연히 인정한다. 하지만 비서들은 교육감과 함께 잠시 왔다 나가는 사람들이다…내 동지들이다.”

 총무과장의 갑작스러운 전보조치와 관련, 곽 교육감은 “일반직 인사는 당시 내가 없어(구속 수감 중) 1월에 해야 하는데 3월 1일자로 했다”고 해명했다. 간담회에 나온 해당 과장은 “스스로 자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직으로 꼽히는 총무과장을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는 없다는 게 교육청 직원들의 시각이다. 특히 교육계는 곽 교육감의 해명은 궤변이며 측근 통치로 학생인권조례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고위 인사는 “특정인을 공립교사로 특채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을 규정한 교육공무원법에 어긋난다”며 “곽 교육감이 교육청을 사조직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상식과 절차를 무시한 인사로 100만 서울 학생을 책임진 교육청이 흔들리고 있다”며 “2심을 앞둔 곽 교육감이 제 사람 심기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안팎의 비판에 대해서 반성은커녕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곽 교육감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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