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황인가…주가 폭락등 난국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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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공황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가 폭락은 끝이 없고 자본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새 정권 탄생의 견인차였던 각계 거물들이 차례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급기야 정부 자체가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난국 심화=陳총통은 지난 14일 세금인상 불가 등 8개 항의 경제회생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 대만의 주가지수인 자취안(加權)지수는 수직낙하를 거듭, 결국 전날보다 2백45.16 떨어진 5, 630.95로 장을 마감했다. 새로운 최저기록이다.

자본의 해외유출도 심각해 국제적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가 6일 발표한 대만경제보고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미화로 약 1백억달러(약 11조원)가 대만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대만 유력지 연합보(聯合報)가 최근 1천36명을 설문한 결과 이민을 고려 중인 사람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가 늘어난 18%에 이르렀다. 불안한 정치.경제환경이 이민고려의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陳총통의 한 측근은 최근 "陳총통이 제대로 잠을 이루는 날이 드물다" 고 털어놨다. 재정부의 한 관리는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느냐" 고 되묻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부의 한 관리는 "정부 자체가 자신감을 잃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라고 진단했다.

◇ 지지층 이반=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새 정권의 초대 행정원장(총리)으로 꼽힐 정도로 陳총통과 각별했던 리위안저(李遠哲)중앙연구원장도 돌아섰다.

李원장은 16일 "국가 지도자는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陳총통은 말만 많고 종잡기가 어렵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가" 라고 비판했다.

대선 때 陳을 지지했던 치메이(奇美)그룹의 쉬원룽(許文龍).포모사 플라스틱(臺塑)의 왕융칭(王永慶).창룽(長榮)집단의 장룽파(張榮發) 등 재계 거물들도 이미 등을 돌렸다.

이들은 신정부 출범 이후 주가폭락으로 크게는 7천4백23억신타이비(약 29조원)에서 적게는 2백억신타이비까지 손해를 봤다.

陳총통의 자서전 '대만의 아들(臺灣之子)' 을 집필한 작가 후중신(胡忠信)조차 "陳총통이 이 난국을 하루빨리 수습하지 못한다면 대만 역사상 최초로 임기 중 물러나는 총통이 될 것" 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 배경=대만 언론들은 ▶수시로 바뀌는 정책▶정책 노하우 부족▶대책 없는 검은 돈 수사로 경제혼란 자초▶군수비리 수사로 군심(軍心)이반▶언론사 압수수색으로 언론과의 갈등 등을 陳총통의 실책으로 꼽는다.

아울러 입법원(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면서 사사건건 陳의 발목을 잡아온 국민당도 책임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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