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갑니다 이재오’수퍼에 붙은 쪽지 7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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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갑니다 이재오’.

 28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뉴타운 2지구의 한 수퍼마켓에 들어가니 이런 쪽지 7개가 주렁주렁 붙어 있었다(사진). 이 의원이 다녀갈 때마다 벽에 하나씩 붙여 놓은 쪽지였다. 첫 번째 쪽지는 지난해 11월 9일로 돼 있었다. 마지막 쪽지에 적힌 날짜는 올해 2월 15일. 이 의원은 평소 지역구 관리에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특임장관에서 물러난 뒤 여의도는 쳐다보지 않고 지역관리에 몰두해왔다. 석 달 동안 은평뉴타운의 한 수퍼마켓만 일곱 번 들를 정도로 지역구를 샅샅이 누벼온 것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천위원회 재의결’이란 보기 드문 진통 끝에 공천을 따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전 6시30분 구산동 자택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자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와 마주친 이 의원은 “추운데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랬느냐”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

 이 의원은 주황색 등산복과 등산용 장갑,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지역구인 연신내와 불광동 일대 새벽 인력시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기자가 공천 얘기를 꺼내자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받았는데….

 “선거 전날까지는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겠다.”

 -같이 다니며 지역구 도는 것을 봐도 되나.

 “아유, 아냐 아냐.”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새누리당에선 공천위가 이 의원에게 공천을 준 만큼 그의 측근 의원들은 부담 없이 탈락시킬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족’의 공천을 앞둔 상황이라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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