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관 앞 농성장 간 천영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6일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나타났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며 엿새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천 수석은 오후 3시 반부터 30분간 농성장 텐트 안에 머물렀다. 현직 청와대 수석이 외국공관의 시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천 수석은 탈북자 인권 문제에 대한 박 의원의 주장을 묵묵히 들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앞서 22일 청와대는 정무수석실 실무자를 보내 사정을 파악한 적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참모가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천 수석의 중국대사관 앞 농성장 방문은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탈북자 신병처리와 관련, ‘조용한 외교’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대중 공세 외교로 전환한 이후 보여준 ‘고강도’ 외교행위라는 분석이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총영사관에 면접교섭권을 주선해 줄 것과 27일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할 것을 요청했다.

천 수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엄중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을 전하고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박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 인권과 강제 북송 방지는 인도주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이 중시하는 가치의 기본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이는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중국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단식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7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탈북자 문제를 공개 거론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측의 입장을 감안해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대신, ‘관련 국가들’이란 표현으로 탈북자의 강제송환 금지를 강력하게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통일부 통일교육원장은 26일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중국 인사들에게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조 원장은 “중국 내 탈북자 상황이 긴급한 것으로 판단돼 김일성종합대 출신 중국 측 인사들에게 e-메일과 팩스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초반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이 학교 경제학부 교원으로 재직하다 94년 남한으로 왔다. 현재 20여 명이 활동 중인 국내 김일성종합대 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