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고딩'의 모험정신이 창업 밑바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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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부고 2년 김태훈 대표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중딩 혹은 고딩이라는 속어로 부르기도 한다. 한창 친구들과 짓궂은 장난에 열심인 중고생들에게 벤처기업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도전정신과 미개척지를 향한 모험 정신이 바탕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인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흔치 않은 중고생 벤처기업 CEO를 보는 일은 유쾌하다.

지금은 서울 중대부고 2학년생이며 GP홀딩스의 CEO인 김태훈군이 인터넷 벤처기업과 관계를 맺으며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 것은 지난 해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업체인 네띠앙과 관계를 맺으면서부터. 고객 불만사항을 조목조목 항의한 김군의 도발성을 높이 샀던 이 회사에서 김군은 지난 4월까지 서비스개선위원장으로 일했다. 그의 주 업무는 매달 두 번씩 네띠앙의 서비스 개선점 및 신규 콘텐츠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

김군은 또 인터넷 광고마케팅 업체인 DIG 커뮤니케이션의 넷제네레이션 사업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도 그는 사업 기획안을 마련하는 등 회사 중역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중학생 때부터 인터넷에 빠져 살던 그는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계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

DIG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를 맺게 된 것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같은 내용의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찾아간 것.

이처럼 도전적인 김군의 행적에 학벌이나 나이 따위가 끼여들 자리가 없다. 지난 3월에 김군은 급기야 자신의 벤처 기업을 창업했다. 앞으로 인터넷 세상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차린 무선 인터넷 전문기업 GP홀딩스가 바로 그 회사다. 법인 등록까지 모두 마치고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냈다. 사업을 위해 대전 충남고에서 서울 중대부고로 학교까지 옮겼다.

중학생도 벤처 CEO로 ''우뚝''

아직 고등학교 문턱에도 가지 않은 풋풋한 어린 아이 냄새를 벗지 못한 앙팡 테리블들도 있다. 아직 미성년인 어린이쯤으로 치부하면 안 될 일. 도메인 포털업체인 다드림 커뮤니케이(http://www.GoodDNS.com)은 바로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인 학생들이 세운 벤처기업. 겁없는 아이들의 겁없는 도전이다. 벤처기업 문화 풍토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이 회사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표 표철민군(서울 윤중중 3)은 어릴 적부터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컸고, 사업가로서의 꿈과 인터넷 도메인에 대한 관심을 합쳐 회사를 세우게 됐다.

지난 4월 창업한 이 회사에서는 7개의 도메인을 확보하고 지난 9월 도메인 관련 사이트를 오픈하기로 했으나 조금 늦어지고 있다. 표군은 이 사이트를 통해 도메인을 매매할 계획이다.

이들은 미국의 도 메인 관리기관인 ‘NSI’의 도메인 등록을 무료로 대행해 주면서 도메인에 대한 기초 지식을 착착 쌓았으며, 아울러 도메인 관련 사업 감각을 익혀온 이 분야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실시간으로 도메인을 재판매하는 미국의 한 업체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고 시스템을 공급받게 된 게 바탕. 나이나 학벌에 제약받지 않는 미국의 기업 풍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부터 약 2개월 동안 결제 시스템을 덧붙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마침내 ‘모두에게 무엇이든 다 드린다’는 뜻의 다드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표군은 법인 신청 때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설립 불가라는 판정을 받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도 “사업 감각이 적고, 사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말하지만, 10대 특유의 도전 정신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할 계획”이라는 표군은 나이와 학벌에 좌우되는 우리 나라의 기업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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