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마흐말바프 감독 가족과의 데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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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의 최고 손님은 누가 뭐래도 '마흐말바프 감독 가족'이다. 세상 어디에서 다섯 가족이 모두 영화감독인 가족을 찾을 수 있겠는가? 43세의 아버지와 32세의 어머니, 20세의 큰딸과 19세의 아들, 그리고 12살 막내딸까지 모두 감독인 가족.

11일 오후 3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있었다. PIFF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속에서 핸드프린팅을 한 감독과 가족은 오후 5시 마흐말바프 가족과의 대화를 하기까지 약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PIFF 광장을 뒤지고 다니다 이들 가족이 나서는 걸 보고 따라 붙었다. 감독 가족과 수행통역 배승윤씨(친분이 있는 관계로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기자.

배가 고픈지 광장의 맥도널드로 들어가 간단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기자가 세계 최연소 감독인 막내딸 하나(12)에게 식사 끝나고 먹으라고 사탕을 몇 개 건넸다. 내심 안받으면 어쩌나 했지만 왠걸 통역의 얼굴을 보더니 통역이 괜찮다고 하자 덥썩 받아들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메르시".

사탕에 대한 보답인지 기자에게 감자튀김을 먹으라고 권했다. 튀김을 들어 캐찹까지 발라 주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통역을 돌아다보니 그녀왈 "드세요, 12살짜리 감독님이 주시는 거잖아요.". 통역이 시킨대로 '메르시'라고 하자 그때부터 계속 감자를 권하는데, 기자가 그리 불쌍해 보였나?

마흐말 감독 가족 중 아버지를 빼고 단연 큰딸 '샤미라'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20살의 예쁜 아가씨로 이번 PIFF에도 여러편의 작품이 상영되는데, 관객들이 그녀에게 보이는 관심은 대단하다. 사실 미모도 만만치 않고, 중동여인 특유의 신비로움이라고나 할까?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멀리는 가지 못하고 PIFF광장을 조금 벗어난 곳까지 산책을 했다.

길을 가다 감독 가족을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기꺼이 응하는 모습. 사실 이들 가족은 대단히 인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전날 수행통역 배승윤씨가 계단에서 넘어지자 앞서가던 감독 가족 다섯명이 모두 달려와 '괞찮냐?'며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했다고.

그러나 이들이 알게 모르게 보이는 행동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감독 가족이 입을 한복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에 갔는데, 점원이 여자들에게 붉은색 계통의 예쁜 옷을 권하자 그녀들은 모두 사양하고 그들의 정통 복장과 흡사한 검은 색 한복을 고집했다고.

또한 옷을 입어보는 동안에도 두 여인은 머리 띠를 절대 벗으려고 하지 않아 주위에서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산책을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극장안으로 들어오자 극장 청소 아주머니들도 열렬히 환영했다. 아주머니들에게 "저 사람들 누군지 아세요?"라고 물으니 "모른다"고.

잠시 설명을 해드리자 그제서야 사인 한장 받으시겠다고. 아주머니 네 분은 모두 싸인을 받고 막내 하나를 이쁘다며 번갈아 안아보며 흡족한 표정.

'관객과의 대화'를 앞두고 대기하는 동안 마흐말바프 감독은 "같이 다니며 남 싸인 받는 것 구경만 말고, 기자에게도 한 장 해드릴까?"라고 제의해왔다.

속으로 '아이고,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가방속에서 카드를 꺼내 자신이 먼저 싸인을 하고, 다음엔 아들 메이삼 감독이, 다음엔 막내 하나 감독이 한장의 카드에 적어 건네준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기념 사진 한장, 찰칵.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상영관으로 들어가며 손을 흔들고 웃던 막내 하나 감독의 윗니 보철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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