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정체 모를 쓸쓸함 달래줄 29세 여류작가의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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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340쪽
푸른숲, 1만2000원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외로운 적 있었다면, 그대는 욕심을 너무 낸 거다. 완벽하게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완전한 소통이 가능할 거란 기대를 한 거다. 그럴 땐 외려 “사랑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119쪽)고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완벽한 소통은 애초 불가능하다는 차가운 위로다.

 이 작가, 타오 린. 대만계 미국인. 올해 29세. 뉴욕에서 소설가·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의 단편집이다. 우울한 청춘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낯익은 단어로 기이한 문장을 엮어낸다. 그래서 혹 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치밀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정체 모를 쓸쓸함을 확인하고 싶었다면 반가울 터다. 예컨대 이런 문장들.

 “당신은 살아 있는 한 인간이고, 당신의 뇌는 두개골에 싸여 있다. 그리고 저쪽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연결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걸 더 잘한다. 어떤 사람들은 서투르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서투른 나머지 포기해버리고 만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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