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퇴임 앞둔 천안교육지원청 류창기 교육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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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오롯이 ‘교육’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천안교육지원청 류창기 교육장이 29일을 끝으로 37년동안의 교육자 인생을 마무리한다. 인생 제2막을 열게 될 류창기 교육장은 오랜 교육자 생활을 되돌아보며 ‘아쉬움은 남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만큼 교육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온 류창기 교육장으로부터 교육 현장을 떠나는 감회를 들어봤다.

-천안교육장을 끝으로 오랜 교육자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천안교육지원청 류창기 교육장이 오는 29일을 끝으로 정든 교육현장을 떠난다. [조영회 기자]

“긴 시간을 꿈 많은 학생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많은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면서 보람 있게 지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잘한 것 보다는 부족한 것들이 많이 떠오르며 많은 제자들이 눈앞에 스쳐 가는데 혹시 나로 인해 실망한 학생이 있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결코 후회 없는 세월이었다.”

-교직생활이 모두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라고 생각했던 적은 있는지.

“교생 실습생들의 실수로 실습장에 불이 나서 숙직 근무 중에 불을 끄고 그 사고 때문에 많은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곤혹스럽던 시기였다. 당시 잘 수습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다.”

-천안 교육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천안은 결혼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곳이라 어느 지역보다 뜻 깊은 곳일 수 밖에 없다. 천안교육청 장학사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고입공동체를 마련한 일이 생각난다. 당시만해도 많은 학생들이 대량으로 떨어져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될 정도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급기관과 협의한 끝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동창구를 개설하게 됐다. 다행히 원만한 고입 전형이 이뤄졌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교육장으로 다시 부임해 보니 이제는 과잉 경쟁보다 학교 서열화가 더 큰 문제로 대두됐다.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가 상급기관과 논의한 끝에 결국 공동창구를 없애고 학교에서 원서접수를 하는 것으로 입시를 또 한번 바꾸게 됐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고입 방식이 바뀔 때마다 그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정계 진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 쪽은 전혀 모르는 분야다. 현재는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봉사자로서 봉사활동을 꼭 하고 싶고 봉사단체에서 요청이 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가능하면 대학 강단에 서서 교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직 과목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다.”

-천안 교육의 수장으로 지낸 시간 동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천안에는 수영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각 학교에 수영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연습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재임기간 동안 수영장 건립을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교육감과 천안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곧 신설될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수많은 후배 교육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교직은 다른 직업과 달리 성직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의 길은 많은 직업 중에서 보람 있는 직업이다. 현실은 조금 어렵지만 학생들의 맑은 눈동자에 희망을 걸고 사랑하고 소통하며 교육해야 한다. 교사 스스로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생활한다면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질 많은 재원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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