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알고보니 CERN의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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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9월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측했다”는 발표로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실험 결과가 측정 오류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연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사이언스 인사이더’는 22일(현지시간) CERN과 함께 실험을 진행한 OPERA 연구팀이 장비에서 결함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OPERA 측이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타임스탬프와 컴퓨터의 마스터 시계로 보내는 광섬유 케이블이 헐겁게 연결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고마쓰 마사히로(小松雅宏) 일본 나고야대 부교수는 “케이블의 접속 상태에 따라 기록 시간이 실제보다 더 짧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GPS 동기화를 위해 타임스탬프를 생성시키는 데 사용된 오실레이터(진동을 일으키는 장치)에 문제가 있어 실험 결과가 실제 걸린 시간보다 길게 나타났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CERN 측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며 결함 가능성을 시인했다. 제임스 길리스 CERN 대변인도 “ 재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이 문제에 관해 23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실험은 5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OPERA 팀은 지난해 9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대에 있는 CERN 입자물리학 실험실부터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국립실험실까지 땅속으로 중성미자를 보내는 실험을 했다. 당시 GPS와 원자시계로 속도를 측정한 연구진은 중성미자가 빛보다 1억분의 6초(60나노초)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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