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세 나현에 쿵제 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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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14보(183~193)=타이밍 좋게 떨어진 백△가 너무 아팠던지 쿵제 9단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다. ‘참고도 1’ 흑1로 받으면 아무 탈이 없는 건 맞지만 (백2 응수와 흑3, 5의 젖혀 잇기까지 이쪽은 흑이 원하는 대로 된다) 백6을 당하면 그 자체로 흑집은 2집 줄어든다. 반집 승부인데 초읽기는 쫓아오고 일단 183으로 받는 한 수뿐이다. 하나 이번엔 184가 있다.

 184를 피하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참고도 2’ 흑1을 미리미리 선수하면 된다. 하나 지금은 백2가 놓이는 순간 A가 필요 없어져 백은 4로 직행하게 된다(흑3을 받지 않으면 백이 3으로 빠져 선수로 5집이 줄어든다). 백△가 놓이는 순간 흑은 184, 186을 당하는 수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차이는 흑이 먼저 B로 집어 둔 것과 비교할 때 3집 차이나 된다. 대고수 쿵제 9단이 위쪽에서 한 집 이득을 보려다가 3집을 당하고 말았다. 눈 뜨고 2 집을 잃었다. 아슬아슬한 찰나에 예리한 반격을 선공시킨 나현 초단의 침착함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 판은 210수에서 끝나 백의 1집 반 승. 16세 무명 소년 나현 초단이 쿵제라는 거목을 쓰러뜨렸다. 엄청난 사건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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