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와일드카드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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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룬 남자축구팀은 이제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와일드카드 딜레마’다.

 런던 올림픽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23세 이하 선수는 18명이다. 여기에 3명의 24세 이상 선수, 즉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합류한다면 23세 이하로만 구성돼 치른 예선보다 훨씬 강력한 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축구는 ‘1+1=2’가 되는 단순한 산수가 아니다. 변수가 존재한다. 역대 올림픽팀의 와일드카드를 살펴봐도 실패한 사례가 많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부상당한 홍명보 대신 강철이 합류했다. 그러나 수비가 흔들리며 첫 경기 스페인전을 0-3으로 패했고, 이후 2승을 거두고도 골득실 차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역대 최고인 8강을 달성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유상철이 수비진을 이끌었지만 말리와 파라과이에 3골씩 허용하는 등 4경기에서 8실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김정우와 김동진이 나섰으나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뛰어난 선수가 합류해도 오히려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현재 올림픽팀의 와일드카드 후보로는 공격수 박주영(27·아스널), 미드필더 이청용(24·볼턴), 골키퍼 정성룡(27·수원) 등이 있다. 세 선수 모두 A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실력과 경험을 겸비했다. 그러나 팀워크를 중시하는 홍명보 감독은 “해외파들이 합류할 경우 나타날지 모르는 위화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들의 발탁에 신중을 기할 뜻을 비쳤다.

 박주영은 런던 올림픽 메달로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본인의 합류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올림픽 예선 기간 중 활약한 김현성(23·서울)을 비롯해 지동원(21·선덜랜드)·손흥민(20·함부르크) 등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력에 보탬이 될 공격수들은 많다. 홍 감독은 대회 한 달 전인 6월 말 예비엔트리를 제출할 때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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