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엎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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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가 호전되고 남북한 당국이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경협과 관련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면서 남북한 경제협력도 단순 임가공과 물자교환 수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진전되고 있다.

내년 5월께 평양에 연산 20만개 규모의 콘덴서 공장을 준공할 한성전기는 삼천리총회사측과 콘덴서를 북한에 공급하면서 물품대금 대신 평양 인근 신덕샘물 공장을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력난을 덜기 위해 절전용 콘덴서를 구입하려는 북한측은 당초 완제품 샘물을 보낼 테니 국내에서 시판하라고 제안했는데, 한성전기가 보낸 샘물공장 위탁경영안을 보고 지난달 말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답신과 함께 최성림 사장에게 12월에 방북해 달라고 요청했다.

崔사장은 "국내에서 반입해 시판 중인 북한산 샘물은 수질은 우수한데 포장과 디자인이 뒤떨어져 있다" 면서 "신덕 샘물공장의 포장설비를 보완하면 제3국 수출도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북한과 합작경영도 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엘사이버는 북한에서 처음으로 정보통신기술 합작에 나선다.

이 회사는 북한에서 3차원 동영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이달 초 평양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빌딩에 '평양소프트웨어 교육센터' 를 개설했다.

엘사이가 컴퓨터 등 관련 교육장비를 대고 북한 광명성총회사가 인력 공급과 교육센터 공간을 지원했다.

엘사이버 관계자는 "김책공대 출신 등 북한 인력 1백50명이 인터넷 쇼핑몰 등에 쓰이는 상업용 동영상 제작 기술을 익히면 내년 상반기부터 북한에서 개발할 소프트웨어의 국내 공급은 물론 제3국 수출도 가능할 것" 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이달 18일 벤처기업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와 함께 방북할 때 북한 인력의 국내 활용 방안을 북한에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먼저 북한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국내 공장이나 중국 등 제3국 공장에서 북한 공장에 필요한 기술자를 연수시키고, 나아가 인력난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에 북한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협중앙회는 관계당국에 북한 인력 도입과 관련해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국내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고용하면서 연간 1조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고 있다" 며 "남북관계가 개선돼 이 돈의 10%만 북한에 유입돼도 북한의 경제난을 더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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