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의 토토 못잊는 당신 ‘휴고’와 함께 3D의 세계 가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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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계인형이 휴고(왼쪽)와 이자벨에게 꿈의 세계로 가는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70·사진). 그의 신작 ‘휴고’(29일 개봉)는 관객들을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아련한 기억 속으로 인도한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컴컴한 극장 안에서 스크린의 만화경 같은 장면들에 설렜던 어린 시절의 기억 말이다.

 ‘택시 드라이버’(1976)부터 ‘디파티드’(2006)까지 주로 도시의 그늘과 폭력을 그려왔던 스코세이지가 이번에는 영화에 대한 사랑을 설파한다. 관객들을 영화의 시발점인 20세기 초반으로 데려간다. 그것도 고전영화들을 3D라는 최첨단기법으로 보여주는, 역설을 통해서다. ‘시네마 천국’(1988)의 21세기판이라 부를 만하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은 ‘휴고’는 26일(현지시간)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31년 열두 살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는 파리 기차역의 거대한 시계탑 안에서 태엽을 감으며 혼자 생활한다. 그의 곁에 있는 건 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남긴 고장 난 기계인형뿐. 휴고는 인형 속에 아버지의 메시지가 있다고 믿고,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조르주 노인(벤 킹슬리)의 장난감 가게에서 부품을 훔쳐 인형을 조금씩 수리한다. 조르주의 양녀 이자벨(클로이 모레츠)이 건네준 열쇠로 작동시킨 인형은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내고, 휴고와 이자벨은 이를 단서로 조르주의 과거를 파헤친다.

 스코세이지는 영화의 할아버지 격인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1895),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1902) 등을 3D로 표현하는 마법을 부린다. 특수효과와 SF의 시조 격인 멜리에스의 영화제작 과정을 재현한 장면은 영화의 역사에 대한 오마주(경의)로 다가온다.

 스코세이지는 3D에 따뜻한 정감을 불어넣었다. 3D는 SF나 판타지에만 적용되는 기법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려는 태세다. 3D로 표현된 눈송이, 기차역 수증기, 입김 등등. 호기심 많은 외톨이 소년 휴고, 영화는 또 하나의 마술이라 믿는 조르주 모두 감독 자신의 투영이다. 노장의 영화혼(魂)이 살아있다.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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