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서 ‘내고장 술’ 장학금이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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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기도 이천시에 ‘소주 마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천시와 이천시민장학회, 음식점들이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술을 더 마시자는 건 아니다. 이왕 마실거면 ‘내 고장’에서 만들고 유통되는 소주를 이용하자는 운동이다. 그 속에는 지역경제 살리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소주 판매액의 일부가 향토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이천시는 (주)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협약을 맺었다. 진로가 생산한 참이슬 소주 한 병이 팔릴 때마다 5원씩 장학기금을 적립하자는 약속이다. 기금은 분기마다 이천시민장학회에 출연된다. 연간 4000만~5000만원 안팎, 13년 동안 6억300여만원의 장학기금이 모였다. 지난해까지 이 돈을 포함해 34억원의 장학금이 1900여 명에게 지급됐다.

 그러나 같은 상표의 소주라도 중간 유통업자가 누구냐에 따라 기금 적립 여부가 달라진다. 이천 지역에 등록된 유통업체가 공급한 소주만 계산하는 것으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에 유통되는 참이슬 소주 중 60%만 기금으로 적립된다. 나머지 40%는 다른 지역의 유통업자가 이천의 소매점에 공급한 것이어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장학금을 배 가까이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천의 주류 판매점들은 ‘저희 업소에서 판매되는 참이슬의 일부는 이천시 인재육성 장학금으로 조성됩니다’란 내용의 스티커를 붙이고 ‘똑똑한 소비’를 독려하고 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내 고장 소주 마시기를 계기로 지역 기업과 지자체, 시민이 힘을 합쳐 지역 인재 육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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