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지개 켜는 P2P 업계

중앙일보

입력

레이 오지는 한 때 빌 게이츠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5명의 개발자 중 한 사람이라 칭했던 인물로, 지난 3년 동안 그는 그레타 가르보의 명사 흉내를 내며 세월을 보냈다.

오지는 로터스사의 아이리스 어소시에이츠(1995년 IBM에 흡수)에서 일했는데, IBM을 떠난 후부터는 그루브 네트워크(Groove Networks)라는 이름의 자신의 비밀회사에서 칩거해왔다. 하지만 웬일인지 지난 몇 주 동안 그를 보게 되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

그는 지난 8월, P2P 관련 패널에 참가하기 위해 인텔 개발자 포럼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몇 주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열렸던 P2P 컨퍼런스에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이 컨퍼런스는 팀 오레일리에 의해 계획된 것인데, 그는 P2P라는 초보적인 기술의 미래에 대한 업계의 논의를 이끄는 대변자 중 한 사람이다.

또한 오지는 소프트웨어 아트(Software Arts)사에서 자신의 상사였던 댄 브리클린과 관련 기술에 대해 공개 대화를 갖기도 했는데, 회합이 끝나고 난 후 댄 브리클린은 이에 대한 짤막한 글을 자신의 웹페이지에 올렸다.

댄 브린클린은 오지가 10월 말 열리는 인터넷 월드에서 그와 그의 공모자 무리들이 무엇을 해왔는가 만천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곧 P2P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항간에 나돌고 있음도 밝혔다.

사람들은 오지와 그의 팀이 냅스터 같은 단순한 파일공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왔던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오지의 지난 과거 행적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면, 노츠가 초기에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식됐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후 노츠는 파워빌더와 함께 한정적인 클라이언트/서버 플랫폼으로 변형됐지만 말이다.

이 브라우저는 단순한 최신 애플리케이션에서부터 개발환경으로의 비슷한 변형 과정을 거쳤고, 이후 우리가 e-비즈니스 세계에 살고 있고 웹 컴퓨팅이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된 현재 단계까지 이르렀다.

P2P가 이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 P2P는 워크그룹을 위한 윈도우의 배후에 있는 핵심 아이디어였다. 모든 기기들은 동등한 것이며 모두가 정보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WFW(Windows for Workgroup)는 변했지만 오늘날의 인터넷처럼 진보된 세계적인 통신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했더라면 WFW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P2P가 과장 광고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냅스터 논쟁으로부터 생겨난 것이었다. 하지만 자바와 ‘푸시’가 지나치게 과장 홍보됐다고 생각한다면, 레이 오지의 재등장 이후 P2P에 어떤 일이 생길지 기다려 보자. 레이 오지라는 이름 때문에 P2P를 둘러싸고 동요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오지의 지지자들은 P2P가 비록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를 지배하는 현 상태의 아키텍처에 심각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기술의 잠재력을 아는 이들은 냅스터와 단순한 파일공유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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