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묻지 마세요 칼 가는 36세 김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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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주장은 아니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도중에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후배들을 쉴 새 없이 웃게 만들었다.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문 이후 5년여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김상식(36·전북 현대)을 보면서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은 든든하기만 하다.

 대표팀은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19일부터 영암에서 담금질에 한창이다. 최 감독은 한국축구의 명운이 걸린 쿠웨이트전에 대비해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김상식은 최고령 필드플레이어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대표팀에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식은 유난히 대표팀과 얽힌 안 좋은 추억이 많다. 중앙수비수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그는 결정적인 실수로 골을 내주거나 경고 누적 등으로 퇴장을 당해 경기를 망친 일이 많았다. K-리그에서는 성남과 전북에서 우승컵을 다섯 차례나 들어올렸지만 대표팀에서는 왠지 기를 펴지 못했다. 2007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당시 음주 파문에 휩싸여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2008년 시즌 후에는 성남 일화가 팀 개편을 하면서 쫓겨나듯 전북으로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최 감독을 만나면서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이 있는 최 감독은 김상식을 전북의 실질적인 리더로 만들었다. 김상식은 최 감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 김상식은 “대표팀에 뽑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뽑히고 나니 부담감이 앞선다. 감독님은 내가 대표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를 원하고 있는 만큼 그 역할에 충실하겠다. 만약 기회를 얻어 경기에 나선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식은 “대표팀에 뽑힌 뒤 사라졌던 악성 댓글이 다시 나오고 있다”며 웃은 뒤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우고 싶다. ‘마지막은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결의를 다졌다. 

영암=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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