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부부 요트선수 주순안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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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곤씨와의 꿈이 담긴 바다를 떠나기 싫은데..."

남편 김호곤(29.보령시청)과 함께 시드니올림픽 요트에 부부로 출전, 미스트랄급 13위로 한국 요트 올림픽출전사상 최고성적을 올린 주순안(30.여수시청)이 고민에 빠졌다.

주순안의 고민은 올림픽에까지 레이저급의 남편과 동행했지만 전체종목수에서 올림픽을 능가하는 전국체육대회(12일~18일. 부산)에 함께 출전할 수 없다는데서 출발한다.

윈드서핑과 유사한 미스트랄급 여자부경기가 전국체전 종목에서 빠져있는 것.

올림픽과 달리 체전에서는 미스트랄급경기가 남녀구분없이 치러지는 까닭에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주순안이지만 남자선수들 틈을 비집고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국체전에서 종목이 없는 까닭에 사실상 체전을 위해 설립.유지되는 각 시.도.군청팀은 여자 미스트랄선수를 스카우트할 이유가 없는 것.

현소속 여수시청은 아시아정상권에 있는 주순안이기에 올림픽을 앞두고 특별히 1년 계약으로 선수생활을 보장해 주었지만 이제 더는 팀에서 선수생활을 유지할 명분이 없어진 그는 팀을 떠나 복학을 고려 중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사회체육학과 3학년 휴학중인 주순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위해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지만 정작 내년부터 `실직자' 신세가 될 경우 바라지 않는 은퇴를 고려해야 할 처지다.

전국체전에 여자미스트랄종목이 빠진 까닭은 두가지 정도.

대한체육회는 효율적인 대회운영을 위해 종목축소를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기에 각 경기단체의 종목신설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각 시도체육회는 국내 여자 미스트랄급 선수가 5명밖에 없어 지원의 명분이 부족한데다 종목이 신설될 경우 주순안이 금메달을 딸 것이 확실하기에 미스트랄종목의 신설에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

요트협회 관계자는 "비록 선수층은 얇지만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여자 미스트랄을 육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선 시도체육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종목신설에 합의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말했다.

87년 요트를 시작한 주순안은 그해 여름 요트협회 청소년캠프에서 남편 김호곤을 만나 9년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사랑을 키워왔고 비인기종목의 설움속에서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분투를 거듭해왔다.

주순안은 "남편과 함께 2002년 아시안게임에 출전, 함께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소속팀의 지원없이는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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