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TV, 방송산업 지각변동 예고

중앙일보

입력

방송 산업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을 개인형 TV(Personal TV) 가 최근 미국과 영국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벤처회사인 티보사와 리플레이 TV사가 각각 선보인 티보(TIVo) 와 퍼스널 비디오 레코더(PVRs) 가 그 주인공. 일반인의 TV 시청 행태는 물론이고 방송과 TV 산업에 미칠 영향력도 가공할 만하다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신제품의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 위에 TV를 얹어 놓은 식이다. 하지만 티보와 PVRs가 대중화에 성공할 경우 파급력은 엄청날 전망이다.

먼저 티보와 PVRs는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데 테이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TV 안에 내장된 하드 디스크로 30시간까지 녹화가 가능하다.

60시간 저장용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그것도 시청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별해 녹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트콤' '장동건' '송창의'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의 종류나 배우이름, 감독 이름만 입력해 두면 검색 기능을 통해 관련 프로그램이 저절로 녹화된다.

일일이 프로그램 제목과 녹화 시간을 지정해주고 테이프를 갈아끼워야 하는 VCR에 비할 바가 아니다. 때문에 시청자는 방송사의 편성 시간을 일일이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개인 스케줄링' 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TV를 보다가 되돌려서 앞장면을 보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도 버튼만 누르면 따로 녹화가 진행된다.

티보와 PVRs가 몰고올 변화 중 '폭풍의 핵' 은 TV 광고다. '광고 건너뛰기' 기능 때문이다. 버튼을 미리 눌러두면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에 미리 저장한 프로그램이 대신 뜬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PVRs 이용자 10명 가운데 6명이 이전보다 TV를 더 많이 시청하게 됐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광고의 80% 이상을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티보사의 마이클 램시 사장은 "모든 시간대가 황금 시간대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광고 시청률이 낮아지고 '개인 스케줄링' 이 가능해져 전통적인 방식의 황금 시간대가 흔들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수입을 광고에 의존하는 방송사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달 영국에 상륙한 티보에 대해 BBC는 "티보가 대중화할 경우 TV 프로그램 안에 광고를 삽입하거나 오락성을 강화한 새로운 스타일의 광고가 등장할 것" 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자나 광고주도 황금 시간대를 고집하기보다 시청자의 선호 프로그램에 근거해 광고의 타깃을 보다 세분화하는데 주력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PVRs는 지난 6월까지 미국내에서 10만대, 티보는 5만1천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2002년까지 5백만~7백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파나소닉.소니.필립스 등 대형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TV는 물론 퍼스널 컴퓨터까지 이 기술을 내장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펜티엄급 메모리가 내장된 인터넷 TV를 선보이며 쌍방향 TV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하드 디스크가 내장된 TV는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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