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론 벌인 오바마·시진핑, 카메라 나가자 농구 얘기로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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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국을 방문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은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서 워싱턴 무대에 처음 데뷔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10년 전 후진타오에 비해 자신감이 있었고 준비됐다는 인상을 줬다.”

 브루킹스연구소 케네스 리버설(Kenneth Lieberthal) 중국센터장의 말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그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리버설 센터장을 만나 시 부주석의 2박3일 워싱턴 방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과 인권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거론했는데.

 “미국과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만났다면 두 나라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이슈를 다뤄야 한다.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놀라웠을 거다. 비밀 얘기를 하나 해주겠다. 카메라를 보며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과 인권에 대해) 준비된 발언을 한 뒤 (기자들이 떠나자) 두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인 농구 얘기를 나눴다. 국가 지도자 간의 관계에서 이런 대화가 오히려 중요하다.”

 -시진핑의 방미가 갖는 의미 는.

 “시진핑은 곧 ‘넘버 1’의 자리에 오를 중국의 지도자다. 짧은 워싱턴 방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바마와 시진핑이 만나 대화를 했다는 거다. 오바마가 11월 대선에서 재선하면 2017년 1월까지 재임한다. 시진핑은 2022년 가을까지 재임한다. 둘의 관계가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진핑의 이번 방미와 10년 전 후진타오의 방미를 비교한다면 .

 “둘 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시진핑은 외교적으로 준비가 잘됐다(well-prepared)는 느낌을 받았다.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헨리 키신저·브레진스키 등을 만난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미국의 아시아 팽창외교를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의 외교를 비판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웃음). 정책은 진화하는 것이고, 중국의 관심사도 진화한다.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소련만큼 패권적이지 않다고 비판한 일도 있다. 중요한 건 비판을 통해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후진타오의 중국’과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시진핑의 중국이 모습을 드러내려면 중국의 정치시스템상 몇 년은 걸린다. 개인적으론 2014년은 돼야 시진핑의 어젠다가 윤곽을 드러낼 거라고 본다.”

 - 시진핑이 LA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NBA 경기를 관람한다고 한다.

 “덩샤오핑이 미·중 수교 직후인 1979년 초 미국에 왔을 때 텍사스 로데오 경기장에 간 일이 있다. 거기서 카우보이 모자(Ten-gallon hat)를 쓴 채 웃었는데 그 사진이 덩샤오핑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일종의 이미지 정치다. 시진핑이 이번에 아이오와 농장을 방문하고, NBA 경기를 보는 건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성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런 만큼 갈등과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북한의 김정은을 중국식의 개혁으로 이끌려고 할 거다. 그게 중국의 희망사항이다. 어쨌든 시진핑에게 북한은 숙제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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