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밤, 4000원 합리적 가격에 모십니다 … ” 여고생 혜영이 쇼호스트 체험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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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스튜디오에서 홈쇼핑 체험에 나선 서울여상 학생들이 카메라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안성식 기자]

“제가 오늘 보여드릴 상품은 겨울에 꼭 필요한 아이템, 바로 립밤이에요. 보세요, 조그만 게 엄청 귀엽죠. 제가 발라볼게요. 아 정말 촉촉하네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롯데홈쇼핑 본사 교육장.

 서울여상 2학년 정혜영(18)양이 ‘홈쇼핑의 꽃’이라는 쇼호스트로 나섰다. “4000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모신다”는 정양의 능청스러운 진행에 옆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5분여의 제품 소개가 끝나자 12년차 쇼호스트인 류근형(42)씨가 “고객과 대화하는 듯한 화법이 좋다”며 “진짜 쇼호스트를 해도 되겠다”고 칭찬했다.

 학생들은 이날 생방송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와 전파를 송출하는 주조정실, 그래픽제작실과 버추얼(가상현실) 스튜디오 등 본사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또 상품기획자(MD)가 상품을 선택해 품질 검사를 하고 방송시간을 편성한 뒤 PD가 방송을 연출하기까지 제작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 프로그램은 롯데홈쇼핑이 교육기부의 하나로 9~10일 진행한 ‘홈쇼핑체험교육’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 회사 인재개발팀의 위성신(37) 매니저는 “관심이 많아서인지 설명을 들으며 꼼꼼히 메모하는 학생이 많더라”고 말했다. 1학년 김정은(17)양은 “단 몇 분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몰랐다”고 밝혔다.

 최고 인기는 스튜디오 체험이었다. 생방송을 앞두고 세트까지 모두 갖춰진 396㎡ 넓이의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은 풀HD카메라와 지미집(소형 크레인) 카메라를 직접 조작했다. 그러면서 “여자도 카메라맨이나 PD가 될 수 있나요” “쇼호스트가 대사를 까먹으면 어떻게 하나요”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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